보물찾기 20 - 향나무를 자르며
보물 찾기 20
- 향나무를 자르며 -
화단가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혹은 서 있는
향나무들, 못다 친 그 가지들을 잘랐다.
삐죽이 솟아난
이기심과 욕심의 가지들을 쳐내고
생채기로 남아있던
기억의 조각들도 자르고
서로의 다름을
서로의 고유함으로 받아안으며
싹둑 싹둑
자르는 가위 소리 따라
보시니 참 좋았던
내 모습을 되찾는다
이렇게 다듬어도
또다시 솟아오를 잔 가지들,
살아가는 마지막날까지
한번씩은
가위를 잡아야 할 일이다
갑자기 마주친
작은 강아지풀의 눈인사에
그만 웃음이 배어나오는
겨울날 늦은 오후.
- 2002. 2. 1 연피정 마지막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