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고 싶은 글/마음에 담겨오는 시
검정 옷 한 벌
강물이 흘러
2007. 12. 31. 23:29
검정 옷 한 벌
- 박일규 -
수녀님 !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어금니만 자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어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은...
수녀님 !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 가톨릭 다이제스트 2008년 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