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대화에는 기슬이 필요하다 (이원영)
자녀와의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원영교수
1. 문제아와 정상아의 차이
"영원한 문제아는 없다." 정상아도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다. 말썽꾸러기도 정상아로 돌아가는 계기가 반드시 있다. "문제아"로 낙인찍지 말자. "문제아"라고 부르면 "나는 너에게 문제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고 아이들은 "내가 아무리 애써봤자 부모가 기대도 않는데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2. 부모의 과잉 기대가 인성을 파괴한다
부모의 과잉 기대는 아이에게 두통, 배앓이, 오줌싸기, 천식, 알레르기 등 신체적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이 성품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 인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문제는 다시 부모의 기대, 욕구, 체면을 손상시키며 악순환되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부모의 과잉 욕심은 심신증을 발생시키거나 학업에 실패하게 만들고, 성격도 이상한 방향으로 발달하게 된다. 수용성을 갖고 아이와 대화하자.
3. 웬만한 일은 다 이해하자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힘든 이유는, 부모가 원인을 아이에게서만 찾기 때문이다. 문제행동의 원인이 아이에게 있다 해도 이해의 폭을 넓히고 기대 수준을 낮추자. 부모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다음의 제안을 하고 싶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그리고 자식에 대한 개념을 바꾸자.
4. 정보를 알려주되 반복을 피한다
문제행동이 반복된다면 같은 정보를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반복된 훈계를 아이들은 잔소리로밖에 듣지 않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권위도 서지 않을뿐더러 문제행동도 고칠 수 없다. 비평적인 꼬리말을 떼고 정보를 제공해주면 자녀들의 많은 문제행동을 줄일 수 있다.
5. 짧게!
일깨워주는 말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긴 설명 대신에 짧게 한마디로 주의를 주면, 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자기 나름대로 그 이유를 캐려고 애쓰게 된다.
6. 쪽지
쪽지를 다양하게 게임처럼 활용해보자. 정신없이 놀이에 열중한 아이에게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놀잇감 다 뺏어버린다."고 엄포를 놓기보다 "이제 그만 씻고 잘 시간이지. 내일 재밌게 놀자. 사랑하는 엄마가."라고 쓴 종이비행기를 날려보면 어떨까?
7. 대안을 제시하자
아동 중심 교육법, 즉 아이들의 욕구나 필요에 맞추어 키워야 한다는 교육방법을,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처음으로 하는 그 순간에 "안 돼.", "하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해주고, 그 다음에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일관성 있게 "안 돼."를 반복하자.
"너 또 말썽 피울래? 가만히 못 있어? 내가 못 살아."와 같이 대안 없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네가 어지른 것이니까 네 힘으로 깨끗이 정리해라. 그 전엔 여기서 움직일 수 없어." 와 같이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자. 어린이가 부산스럽게 행동하거나 타인에게 방해를 줄 때 다른 방법을 먼저 제시하자. "과일 좀 갖다주겠니?" "라면 다섯 개만 가져다주면 고맙겠다."
8. 네 선택에 책임져라
1단계: 스스로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것을 권한다.
2단계: 자유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썽을 피우면 제약을 준다.
3단계: 선택을 하게 한다. 행동반경을 아주 좁혀주는 것이다.
4단계: 벌 대신 행동을 결정해준다.
9. 봐주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책임감, 독립심, 의사결정 능력은 어려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들의 태도를 통해 배우게 된다. 대개 우리나라 부모들은 합리적으로 차근차근 이야기하기보다는 "어유, 속상해, 다시는 쓰게 하나봐라. 너 같은 애는 처음 봤어."하며 속상한 마음을 말로 퍼부어대고 만다. 합리적인 부모라면 무엇을 기대했는지 이야기한 후에 지금까지의 실수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다. 또한 실수를 반복하면 선택의 기회를 제한할 것임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의 실수에는 책임지게 한다.
10. 아이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
아이의 노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끙끙대며 혼자 힘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아이에게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하지 말고, 아이의 실패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주자. "네 노력을 알고 있어.",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구나.", "네가 끝낼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마."하는 의미가 담긴 말을 듣게 될 때 아이들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스스로 해보려는 용기를 갖게 되고, 아울러 혼자 힘으로 일을 끝내려는 책임감도 갖게 된다. 혼자 하려는 마음에 관심과 칭찬을 보여주고 보탬이 될 만한 제안을 해주자.
11. 질문이 너무 많아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질문을 너무 많이 받게 되면 거부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틀린 대답을 할 때도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에게 다짜고짜 질문을 해대면 아이는 "왜 이렇게 귀찮게 하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얘야, 잘 다녀왔니?" 하는 간단한 말로 맞아주면 자녀는 마음에 융통성을 갖게 될 것이다.
"비는 어디서 와?" 하는 아이의 질문에 부모는 "옳다, 이때구나!" 하는 태도로 구름, 증발, 저기압, 홍수 등의 지식을 한꺼번에 주입하려는 경우가 많다. 우선 아이의 생각을 공감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재미있는 질문이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자기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이 반문에 아이는 스스럼없이 대답할 것이다. "아빠, 비는 하느님의 오줌이고, 눈은 하느님 똥이야." "그래, 비는 오줌처럼 액체이고, 눈은 똥처럼 고체이구나." 이렇게 응해보자. 대화가 점점 이어져서 비가 오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자연스럽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12. 칭찬은 어깨 너머로 흘린다
글자 쓰는 데 흥미를 느낀 다영이가 이 글자 저 글자를 혼자 힘으로 그려보곤 할 때였다. 어떤 것은 글자였지만 어떤 것은 낙서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림 글자가 한글 깨우치는 전단계임을 알았기 때문에 칭찬해주고 계속 글자를 만들어보게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아이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자 "오늘 다영이가 글자를 많이 만들었어. 이것 봐. 힘들어도 열심히 했어." 하며 이야기했다. 방 저쪽에서 놀고 있던 다영이의 얼굴에 미소와 자신감이 스쳐갔다.
13. 칭찬할 순간을 놓치지 말라
단점만 이야기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몸이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없어지며 실수도 잦다. 하지만 좋은 점을 이야기하고 인정해주면 아이는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하게 된다. "파괴적인 아이", "불평이 심한 아이", "행동이 느린 아이", "칠칠치 못한 아이"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주로 보이는 아이일지라도 가끔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