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 2008. 9. 19. 11:23

자리 빼앗길까 봐 ...

 

나는 미국생활 10 여년이 지난 후 휴가를 내어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한국의 고아원을 방문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애들은 단발머리에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100 여명이 내 주위에 모여들었다.

사람의 품이 그리운 이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애들을 품에 안아주는 것이다.

나는 할 수만 있는 대로 몇몇 애들을 가슴에 안아주고 자리에 앉았는데
4-5 살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잽싸게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팔이 자라는 대로 무릎이 자라는 대로 애들을 앉혀놓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며 20 여분이 지났는데

갑자기 내 치마가 뜨뜻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보니
그 여자 이이가 오줌을 내 무릎에 앉아서 싼 것이다.
나도 놀랐지만 아이도 놀랐는지 일어서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왜 쉬 마렵다고 하고 화장실에 가서 쉬를 하지 앉아서 누었어?"
나무람 반 일러주는 말 반 이야기를 하였다.
나의 나무람에 이 아이는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을 하였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이 자리를 다른 아이가 와서 앉으면
내가 자릴 빼앗기지 않아요?"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큰 충격이 내 전신에 가해지는 것을 느꼈다.            - 정 은 득 -


                                                   

 

             이 글은 은평구 은암동에 있는 아동보육시설 선덕원 원장님의 실화입니다.
  
            초대원장 허영숙 어머니가 날마다 수없는 고아들과 섞여사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같이 사는 어머니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 아이의 눈물이 자신의 가슴을 울려....
            더 나은 혜택의 미국생활을 포기하고 남은 삶을 이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래서 세상은 이 새벽도 찬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