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 2008. 10. 26. 12:29

 

유아들의 고집 1

 

            아이들이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희한하게도 “네,

         그래요. 맞아요”같이 긍정적인 말보다는 “아니, 안 해, 안 갈 거야, 안

         먹어” 등등 부정적인 말을 더 빨리 배우고 더 많이 하게 된다.

      

            "안 밥 먹을 거야!”, “안 코 잘 거야!” 사사건건 엄마 말에 반대를 하면

         이때부터 서서히 아이와 엄마와의 작은 전쟁은 시작된다. 엄마들은 아이

         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만 부린다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아이 입

         장에서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말 못하는 동안 엄마는 내가 먹기 싫은 것도 억지로 입에 넣어주

         었고 내가 입기 싫은 옷도 억지로 입혔었고, 자기 싫은 데에도 억지로 자

         라고 그랬고...,또 내가 걸을 줄 모른다고 가기 싫은 데에도 막 데리고 다

         녔고, 등에 업혀 있다고 엄마 가고 싶은 데만 갔었고, 신기한 것이 있어서

         좀 만지려고 하면 얼른 치워버렸고.....등등

 

             아이는 자기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므로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도 했고, 걸을 수 없었으므로 가고 싶은 대로 가지도 못하고 살았다.

             이제 걸을 수 있게 되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아이는 맘껏 자유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

         면서 어른들은 이것을 고집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보는 것을 보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꾸자. 아이들에게 억눌렸던 자유를 조금 누리

         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힘들었던 아이의 고집불통도 참을

         만 할 것이다.

유아들의 고집 Ⅱ

 

           추운 겨울에 외출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계속 한 여름에 신는 샌달을

        신겠다고 한다. 밖이 춥기 때문에 샌달을 신으면 발이 시렵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이는 막 무가네로 고집을 부린다.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보면 시간이 지체되고 약속은 늦어지고 초조한

        엄마는 화가 나기 시작하고 아이는 더 떼를 쓰고 울고 불고 ....소리를 지

        르던 엄마는 아이를 때리기 시작하고...외출은 처음부터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아이들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지만 아이들과의 대화는 참으로 어렵다.

 

           이럴 때 어른이 좀 양보를 하면 어떨까? “안돼!”라고 함으로써 아이와의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아이가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자. 크게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아이는 실수를 통해서 더 절

        실하게 배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발이 시렵다고 할 것을 대비하여 가방 속에 아이의 부츠를 챙겨

        나오면서 추운 겨울에 아이에게 샌달을 신겨 데리고 나온 우스꽝스러운

        엄마가 되어 볼 수 있는 용기도 가져보자.

 

           용기 있고 융통성 있는 엄마의 교육 속에서 아이는 남의 눈치를 보며

        틀에 박힌 아이로 자라지 않고 사고가 자유롭고 의지가 강한 아이로 자랄

        것이다.

                    -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 우남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