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도 바라지 않았을" 노무현 죽음에 대한 태도 - 낮은 표현 님 -
"노무현도 바라지 않았을" 노무현 죽음을 대하는 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적어도 내가 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름뒤에 꼬박 전대통령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것을 허례라 생각할 사람이니, 노무현의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다. 누구는 격하게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고, 누구는 한숨을 쉬기도 한다. 누구는 악어의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누구는 잘죽었다는 이도 있긴 하다. 여튼 그의 지지자건 아니건 전직 대통령의 죽음, 그것도 자살이라는 비극적 죽음에 대한 슬픔과 충격이 한국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저마다 노무현의 죽음을 대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의 죽음앞에 각양의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중 이런 것들은 피했으면 싶은 것들을 늘어놔보고자 한다.
조문행렬을 막지말자. 그것이 이명박 이라도.
'지지자'입장에서 이명박 정권의 사람들이나 조중동 같은 이들의 조문을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노무현의 장례식장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사진한장 남기는 것을 용납하기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한 노무현의 마지막 말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마지막 길을 분노와 원망과 적대로 장식해서야 되겠나.
물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그의 지지자들이었으나, 그가 대통령이 된 이상 그의 장례절차는 전국민과 국가의 문제이며, 때문에 이명박도 '악어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는 것이 그 대통령 직함에 걸맞는 행동이기도 하다. 즉. 지금 지지자들이 해야 하는건 조의의 표시이지 분노의 표출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전두환 같은 학살자가 전직 대통령이랍시고 나와서 깝치는 것에는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기도 한다만..)
광장을 막지말라. 국민들은 너희보다 훨씬 성숙하다.
경찰이 노무현의 죽음에 시청광장 폐쇄로 대처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예의 전경차를 동원해 '닭차산성'으로 시청광장을 빙 둘러쌌다. 노무현의 죽음에 분노한 국민들이 시청앞 광장에 모여 폭동이라도 일으킬거라 걱정하는 모양이다.
속담에 뭐가 제발 저린다는 말이 있다. 노무현의 죽음을 방조한 자들이 보기에 노무현의 죽음은 자신들에 대한 분노의 폭동이 될거라고 예측했나보다. 헛소리 집어치우라. 그의 죽음에 국민들은 악어의 눈물이 아닌 진심이 담긴 조의를 표할 뿐이다. 국민들은 너희따위 보다는 훨씬 성숙하다.
박연차, 천신일에 대한 수사를 늦추지 말라.
검찰은 노무현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박연차 천신일에 대한 수사를 늦추겠다고 했다. 검찰은 노무현의 죽음으로 그를 깎아 내릴 수 없어졌으니 이제 수사가 필요 없다고 느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이 수사의 결과는 더욱 중요해졌다. 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 사건의 정황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의 죽음은 정말 덧없어질 것이다.
또한 이 수사는 앞으로 검찰 자신에 대한 수사이기도 하다. 정말 노무현의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무차별 수사가 정말 그의 죄에 대한 것이었는지 정치적 입지에 대한 것이었는지를 밝히는 길은 이 수사의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혹여라도 이김에 천신일과 이명박에 대한 수사도 함께 종결하고 싶은 의도를 관철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검찰은 장례와 하등의 관계도 없다. 지금 검찰이 할 일은 수사다.
하... 조중동과 관료들... 니들은 그냥 개념 좀..
노무현의 죽음으로 인한 동아일보의 호외에는 이런기사가 실려있다. '경제팀은 노무현의 죽음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예측하는 중...' 뭐 이런 기사다. 그게 경제팀이 할일이라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런 인터뷰에 응하는 관료나 이런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아일보나... 제발 개념좀... 뭐 평이 아까우니 그냥 두자.
그저 친구도 많고 적도 많았던, 인간 노무현으로 보내주자.
노무현. 그가 죽었으니 모두가 그를 갑자기 미화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그의 빈소에서 절친이었던양 악어의 눈물바다를 만들 필요도 없다. 이명박과 조중동에게도 너무 몰아붙여서 미안했다는 '분향'을 허락하자. 그런것이 장례아닌가. 살아남은 자들이 친구건 적이건 모여 그를 보내는 마지막 자리.
그냥 친구도 많았고, 적도 많았던, 그래서 그들이 모여 그를 기억하며 술한잔 기울이는 장례로, 인간노무현을 추모하며 그렇게 그를 보내자.
노무현 가는 길 발목 잡는 분노, 장례 이후로 미뤄 두자!
국무총리와 3당 총재는 쫓겨나고, 국회의장은 도둑조문을 했다한다. 대통령의 조화는 박살이 났다하고, 정규방송을 내보낸 한 오락프로는 욕을 먹는다. 이들을 쫓아낸 마음이 이해안가는 것은 아니나, 지금의 분노는 노무현의 장례를 망치고 있다.
'아무도 원망치 마라'는 노무현의 유서내용을 꺼낼 것도 없이, 장례는 그의 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를 보내는 마지막 자리다. 누구나 분향을 하고, 누구나 눈물을 흘려주는 것이 장례의 예의다. 그를 진심으로 추모하지 않는 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상갓집에서의 당연한 '예의'이지 비난받아야할 무엇이 아니다. 상가집에서 비난받아야 할 유일한 행위는 '상가집에 가지 않는 행위'이며, 그렇게 보면 조문을 막는 행위야 말로 노무현의 장례에서 유일한 무례다.
장례는 노무현의 지지자 대회가 아니다. 물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계속 그를 지지해왔던 이들이 이 상의 상주노릇을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상주라면 찾아오는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다.
유족들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지지자들에게는 정치지도자였는지는 모르나 자살이라는 애통한 원인으로 가장을 잃은 유족들에게, 장례는 그를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호상도 아니고, 차분하게 문제없이 장례를 치루고 싶을터다. 조문객을 가려 받으며 분노가 곳곳에서 표출되는 유별난 장례식으로 그를 보내고 싶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조문객을 막는 것은 유족들에게도 실례다.
공치사와 악어의 눈물로 어쨌든 경건하게 치뤄지는 것이 장례다. 누구는 슬프지 않아서 오열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누구는 분노하지 않아서 깽판치지 않는게 아니다. 잠시 분노는 갈무리 하고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에만 신경쓰자. 그게 노무현을 봉하마을 맹주, 그들의 우상으로가 아니라, 대통령 노무현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물론, 잊지는 말자. 적어도 다음 선거까지만이라도 잊지 말자.
제발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