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

강물이 흘러 2009. 6. 8. 11:05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고."

 

 

   내가 그녀에게서 엄마를 느꼈던 것은 그녀가 내게 귀를 기울여주었고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믿어 주었다는 것이다.

   " 그래......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우선은, 그게 맞아. 그게 중요한 거야."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엄마를 만나 찾아낸 것은 내 느낌도 소중하다는 사실이었다는 것을.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사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엄마가 말한 대로 '가족은 수사관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왜 나보고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이롷게 될 줄 예상했으면서! 왜 그랬어? 날 붙잡지 그랬어?"

   "위녕, 엄마는 네게 그런 방법이 좋은 게 아니라고 말했어. 하지만 너는 듣지 않았고......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그때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어. 너의 나쁜 결정에 동참해 주는 것. 그래서 같이 후회하는 것......엄마도 너와 같이 나쁜 결정을 한 동지가 되는 것....."

   "....엄마는 거기에 동참해주고 싶었어. 결과가 나쁘면 그것을 함께 겪어주고.....싶었던 거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그냥 그러고 싶었던 거야."

 

   "엄마, 나는 가족이 뭔지 모르겠어.부모가 무엇이고 자식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사람들 모두 가족이 소중하다, 소중하다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 어떤 때는 낯선 사람이 더 내게 사랑스럽고, 날 더 이해하는 게 느껴져."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돠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너희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지만 위녕은 다른 걸 잘해. 으음.....그게 뭔지 아는 아직 잘 모르지만 말이야."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그럴 때마다 굵은 철근 같은 것이 내게 박혀오는 듯도 했다...그 높은 건물 지을 때 높은 건물이높이 오르기 위해 그만큼 더 어두운 땅 밑으로 쳐박혀야 하는 그 굵은 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