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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만 오르면 상품권 줄께"...학교에서 무슨 일이?
강물이 흘러
2009. 9. 29. 13:20
"성적만 오르면 상품권 줄께"…학교에서 무슨 일이?
노컷뉴스 | 2009.09.28 [대전CBS 정세영 기자]
다음달 13일 실시되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충남 A 중학교 교사인 B씨는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B 교사는 "요즘은 학생들을 쪼아대는 게 선생님의 일"이라고 했다.
A 중학교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중3학생 모두 오후에 반강제적인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성적이 뒤떨어지는 70여 명은 0교시 수업에 저녁에는 따로 모여 2시간씩 기출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학교는 충청남도 교육청에서 지원금으로 보낸 600만 원 가운데 일부를 학생들에게 당근(?)으로 제시했다.
점수만 잘 나오면 1~2만 원 상당의 문화.도서 상품권을 주겠다는 것.
B교사는 "아이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남아 일제고사를 준비하라고 했다"며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사활을 걸고 있어 누구 하나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C씨는 딸을 학교가 아니라 학원에 보내는 게 아닌가 착각을 한다고 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 음악.미술.체육 수업이 갑자기 없어진 뒤 딸이 기출문제만 열심히 풀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수업이 끝나도 수학 기출문제에서 5개 이상 틀리면 집에 갈 수 없는데, 며칠전에는 C씨의 딸 반에서 겨우 2명만이 바로 귀가를 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 딸이 수험생이 된 것 같네요. 초등학교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C씨의 고민은 깊지만 그렇다고 학교에 항의하는 것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일제고사에서 중3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일제고사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가 수행평가 점수에서 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달 13일 실시되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교육청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충청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과 과정은 학교장에게 위임된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이 규제할 수는 없다"며 "혹시 비교육적 방법이 신고되면 행정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제고사로 교육청이나 학교를 평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그래도 충남은 다른 시.도에 비해 소소한 편"이라고 귀뜸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파행운영되면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며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