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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 청바지 입고 골목길 여행 떠날까

강물이 흘러 2010. 2. 8. 19:41

 

[자유여행] 청바지 입고 골목길 여행 떠날까

매일경제  2010.01.17

 

골목길 여행은 휘황찬란한 상점들이 늘어선 대로와는 달리 또 다른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느릿느릿 골목길을 걷고 있노라면 비로소 여행 온 기분이 들곤 한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빵 가게도 있고 빈티지 소품을 내놓은 간판 없는 좌판도 들어서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 좋은 세계의 골목길을 소개한다.

↑ 낭만 가득한 아일랜드 골웨이

↑ 북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 캐나다 프티 샹플랭

↑ 런던, 닐스 야드

↑ 가장 일본다운 골목, 나라마치 

 
 ▶이탈리아 <발레조 술 민초>
골목마다 가득한 파스타 향기
 
발레조 술 민초(Valeggio sul mincio)는 이탈리아 북부의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작은 마을이다. '카피톨로 디 파스타(capitolo di pasta)', 즉 파스타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도시는 파스타의 장인들이 사는 도시답게 작고 아담하다. 마을 가운데 광장과 시청이 있고 방사형으로 작은 골목들이 펼쳐진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든 상관없다. 골목을 천천히 거닐며 산책해 보기를 권한다. 거닐다보면 맛있는 파스타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게 만들 것이다. 골목마다 파스타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파스티피초(pastificio) 가게들이 즐비한데 테라스에 앉아 화이트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달걀을 넣어 반죽한 노란색의 촉촉한 파스타를 먹다보면 '아, 이런 것이 이탈리아 여행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본 나라 <나라마치>
가장 일본다운 골목


일본의 고도 나라에 '나라마치'라는 마을이 있다. 긴데쓰 나라역에서 가깝다. 나라마치는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로 불리는 곳. 19세기에 세워진 무사의 가옥과 서민의 집 등 고풍스런 일본식 건물들이 좁은 골목 양편으로 늘어서 있다. 전통 공예품 공방도 많이 모여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자그마한 카페와 레스토랑 등도 많다. 나라마치와 가까운 '시모미가토'는 아케이드 거리다. 각종 음식점과 상점이 모여 있다. 이곳에 '중곡당'이라는 찹쌀떡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쫄깃하면서도 달콤한 떡 맛이 일품이다.

▶영국 런던 <닐스 야드>
동화나라에서 마시는 여유로운 커피 한 잔


런던 코벤트가든 근처의 몬머스 스트리트와 닐스 야드 스트리트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어느 집 뒤뜰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닐스 야드(Neal's Yard)라고 불리는 곳이다. 파랑, 분홍, 노랑, 파스텔톤의 예쁜 건물들로 가득하다.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 샐러드 바, 오가닉 유제품 가게들이 모여 있다. 디자이너의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과 친환경 제품, 가정용품 등을 괜찮은 값에 건질 수 있는 곳이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터키 이스탄불 <추쿨추마>거리
이스탄불의 보물


이스탄불에서 보물찾기를 해보자. 추쿨추마(Cukurcuma) 골동품 거리로 가면 가능하다. 이스탄불의 소호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150개가 넘는 앤티크 숍과 중고 서점들이 구석구석 들어차 있다. 골동품 거리에서 보아즈케센(Bogazkesen)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물담배 카페촌으로 유명한 토프하네(Tophane) 골목이다. 아랍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물담배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데 터키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기다란 파이프를 연신 갖다대고 우윳빛 연기를 내뿜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베요글루 지역에 있는데 이스티크랄 거리에서 가깝다.

▶캐나다 퀘벡 <프티 샹플랭>
북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


퀘벡은 걸어서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도보로 주요 여행지를 돌아보는데 이틀이면 충분이다. 퀘벡 샤토 프롱트낙 호텔과 항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프티 샹플랭(Rue du Petit-Champlain)은 북미 대륙을 통틀어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거리라고 한다. 16세기에 만들어진 이 거리는 차라리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기자기한 공방과 여러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찬 이곳은 언제나 인산인해다. 특히 프티 샹플랭에서 살 수 있는 유리 제품은 하나같이 예술작품 수준. 골목을 따라 늘어선 공방과 상점은 줄잡아 100여 곳에 이른다. 맛있는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도 많은데, 관광객은 물론 현지 시민들도 몰려들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찾기 어렵다.

▶아일랜드 골웨이 <키르완 레인>
걸음마다 낭만이 가득

골웨이는 더블린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인구 7만명의 이 작은 도시는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도시 전체가 파스텔톤의 예쁜 건물로 가득차 있다. 골웨이에서 가장 예쁜 길은 '키르완 레인(Kirwan's lane)'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중세시대 거리다. 거리 표지판은 영어와 함께 게일어(Gaelic)로도 병기돼 있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물 무렵이면 골목에 가득 늘어선 펍마다 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기네스 잔을 들고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거리의 악사들이 몰려드는 것도 이 시간이다. 골목마다 신나는 음악이 넘쳐 흐른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골목이라고 부를 만하다.

<글ㆍ사진 / 최갑수ㆍ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