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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 식모살이 세경-신애 통해 전하는 풍자 메시지는?
강물이 흘러
2010. 2. 10. 16:05
‘지붕킥’ 식모살이 세경-신애 통해 전하는 풍자 메시지는?
뉴스엔 | 입력 2010.02.05
[뉴스엔 백지현 기자]
스페셜 방송을 일주일간(2월 1일부터 5일) 내보냄에도 불구, 회가 갈수록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극본 이영철 이소정 조성희/ 연출 김병욱 김영기 조찬주)을 보다 보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시트콤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지붕킥'의 주 스토리는 이순재(이순재 분)의 집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다. 극중 이순재는 한 중소식품회사 사장으로 나온다. 서울 성북동에 2층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는 아내를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딸 이현경(오현경 분)과 사위 정보석(정보석 분), 아들 이지훈(최다니엘 분), 그리고 손녀 정해리(진지희 분), 손자 정준혁(윤시윤 분)과 함께 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대가족이 한데 어울려 사는 것 빼고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식구가 추가된다. 태백 어느 산골짜기에서 갓 상경한 자매 신세경(신세경 분)과 신신애(서신애 분)가 식모로 집에서 얹혀산다.
이런 설정은 범상치 않다. 신세경은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21살이 되도록 그 흔한 '핸드폰'조차 만져본 적 없는 순수한 아가씨로 등장한다. 그녀의 동생 신신애 역시 세상의 때가 묻지않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의 소녀다.
이들 자매를 굳이 이순재네 집에 식모살이로 살게 함으로써 '지붕킥'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고용주와 고용인)
흔히 한국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가 바로 '부자'와 '빈자'의 이야기이다. 이는 극의 대립과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잣집 아들과 사랑에 빠진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아가씨, 노비와 양반을 다루는 사극 등. 하지만 '식모살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그간 드물었다.
우리는 '지붕킥'에서 이순재네 집에 얹혀사는 신세경과 신신애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가난하다. 동시에 순수하다. '지붕킥'에서는 이런 두 자매에 주목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뱃일을 하는 아버지와도 떨어져 사는 가난한 자매를 이순재 손녀 정해리는 마구 구박하고 놀린다. 어린애치고는 너무 버릇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빵꾸똥꾸 공주병' 정해리는 우리 사회 곳곳의 '고용주'를 대변하고 있는 것.
정해리는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신세경에게 "이 빵꾸똥꾸야!"하며 반말을 해댄다. 혹시나 신신애가 자신의 물건을 빌리려 하면 절대 안된다며 가진 자의 끊임없는 욕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신세경과 신신애는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 정해리에게 큰소리칠 수 없다. 어린 아이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얹혀사는 주인집의 손녀딸이기 때문. 이것이 바로 슬픈 자본주의의 현실인 셈.
◆ 문명의 혜택을 받은 자와 못 받은 자
두 자매는 너무나 순수하다. 태백에서 올라와 처음 서울생활을 하며 모든 것에 '문화충격'을 받는다. 극중 신신애는 '뷔페'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너무나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순재네 식구들은 문명의 혜택을 당연히 받고 살아왔기에 전혀 새롭지 않다.
'지붕킥'을 보는 시청자 역시 '문명의 혜택'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낯설게 다가온다.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단 한번도 '내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을 터. 오히려 서울생활에 컬처쇼트를 받는 신세경-신신애 자매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문명의 혜택', '고용주-고용인' 등 다양한 메시지와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지붕킥'.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담고 있다.
비록 서울생활에 서툴고, 또 가난하고, 남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지만 서로를 위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끔찍한 신세경-신신애 자매를 통해 제작진은 '잊고 있던 순수'를 바쁜 현대인들에 되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백지현 rubybaik@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여기까지만 본다면 대가족이 한데 어울려 사는 것 빼고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식구가 추가된다. 태백 어느 산골짜기에서 갓 상경한 자매 신세경(신세경 분)과 신신애(서신애 분)가 식모로 집에서 얹혀산다.
이런 설정은 범상치 않다. 신세경은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21살이 되도록 그 흔한 '핸드폰'조차 만져본 적 없는 순수한 아가씨로 등장한다. 그녀의 동생 신신애 역시 세상의 때가 묻지않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의 소녀다.
이들 자매를 굳이 이순재네 집에 식모살이로 살게 함으로써 '지붕킥'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고용주와 고용인)
흔히 한국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가 바로 '부자'와 '빈자'의 이야기이다. 이는 극의 대립과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잣집 아들과 사랑에 빠진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아가씨, 노비와 양반을 다루는 사극 등. 하지만 '식모살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그간 드물었다.
우리는 '지붕킥'에서 이순재네 집에 얹혀사는 신세경과 신신애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가난하다. 동시에 순수하다. '지붕킥'에서는 이런 두 자매에 주목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뱃일을 하는 아버지와도 떨어져 사는 가난한 자매를 이순재 손녀 정해리는 마구 구박하고 놀린다. 어린애치고는 너무 버릇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빵꾸똥꾸 공주병' 정해리는 우리 사회 곳곳의 '고용주'를 대변하고 있는 것.
정해리는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신세경에게 "이 빵꾸똥꾸야!"하며 반말을 해댄다. 혹시나 신신애가 자신의 물건을 빌리려 하면 절대 안된다며 가진 자의 끊임없는 욕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신세경과 신신애는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 정해리에게 큰소리칠 수 없다. 어린 아이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얹혀사는 주인집의 손녀딸이기 때문. 이것이 바로 슬픈 자본주의의 현실인 셈.
◆ 문명의 혜택을 받은 자와 못 받은 자
두 자매는 너무나 순수하다. 태백에서 올라와 처음 서울생활을 하며 모든 것에 '문화충격'을 받는다. 극중 신신애는 '뷔페'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너무나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순재네 식구들은 문명의 혜택을 당연히 받고 살아왔기에 전혀 새롭지 않다.
'지붕킥'을 보는 시청자 역시 '문명의 혜택'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낯설게 다가온다.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단 한번도 '내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을 터. 오히려 서울생활에 컬처쇼트를 받는 신세경-신신애 자매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문명의 혜택', '고용주-고용인' 등 다양한 메시지와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지붕킥'.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담고 있다.
비록 서울생활에 서툴고, 또 가난하고, 남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지만 서로를 위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끔찍한 신세경-신신애 자매를 통해 제작진은 '잊고 있던 순수'를 바쁜 현대인들에 되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백지현 rubybaik@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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