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4대강 반대 확산 왜? “생명 살리자는 것”
종교계 4대강 반대 확산 왜? “생명 살리자는 것”
[한겨레] 2010.05.10
1990년대 이후 '교회·사찰 환경운동'이 밑거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운동이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에서 그칠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이런 반대 열기에는 생명을 보전하고 물질적 가치를 지양하는 종교 본연의 성격과, 1990년대부터 성장한 종교환경운동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0일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미사에는 5000여명의 사제·신도가 모여 한목소리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11일 공권력 투입이 예정된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에서는 신부와 목사들이 모여 밤샘기도를 하고, 24일에는 경기 여주군 신륵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4대종단 종교인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종교계의 이런 4대강 반대운동은 6·2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한 천주교 사제·수도자들은 "투표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종교계가 왜? '선거를 통한 심판'을 얘기했지만, 종교계의 4대강 접근 방식은 '정치논리'가 아닌 '종교논리'에 가깝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어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는 10대에서 60대까지, 친구에서 가족까지 매일 150~200명이 참석해 일반 성당의 미사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시국미사'임에도, 참석자들은 '생명의 강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는 "생명을 보전하고 살리는 일이 종교의 본연이기 때문"이라며 "그동안의 생명파괴와 개발주의를 참회해도 모자랄 판인데, 4대강 개발을 강력히 추진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권' 목사나 신부가 '4대강 전선'의 주류가 아니라는 점도 시사적이다. 천주교만 해도 정의구현사제단은 뒤에 빠져 있고 주교회의 산하기구인 환경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전면에 나서 있다. 맹주형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은 "4대강 반대운동을 이끄는 신부들은 '운동'과는 거리가 있는 분들"이라며 "중간 잠정집계 결과 4대강 반대 서명자만 30만명에 이르는 등 천주교의 반대 열기는 종교적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신도들의 광범위한 참여의 밑바탕에는 1990년대 이후 성장한 환경운동이 자리하고 있다. 기독교의 녹색생활운동, 불교의 생명살림운동 등 생활환경운동은 교회와 사찰에서 이미 일상화됐다. 보수적인 대형교회에서도 중고장터, 유기농 장려 등 친환경운동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재성 목사는 "4대강 반대운동엔 개별 교회의 녹색활동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교인들의 환경적인 인식이 일반인보다 깨어 있다" 고 말했다.
한때 천주교 내부에서 '4대강 반대운동은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4대강 반대운동이 종교적 차원의 생명운동이라는 주장 앞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수그러들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천주교 사제·수도자 5005인 "선거 통해 '4대강' 심판"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5.10 15:57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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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해 열리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를 앞둔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6.2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천주교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는 10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2차 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3월 8일 1100여 명의 사제가 참여한 1차 선언에 이어 두 번째인데다가, 1차 선언의 5배에 가까운 5005인이 동참했다.
특히 이들 사제와 수도자들은 "투표를 통해 사회적 부정행위이자, 기만적 술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들은 이미 '1차 선언'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을 지지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선관위는 종교계의 4대강 사업 중단 서명 운동이나 현수막 게시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압박했다.
그럼에도 천주교인들이 거듭 4대강 문제와 지방선거를 결부시키고 나선 것이다. 앞서 이날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도 그렇지만, 사제와 수도자들이 대거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래 초유의 일이다. 특히 6.2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기 때문에 그 폭발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은 '4대강 사업 강행'"
천주교연대는 이날 오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5005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1차 선언'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는 한국 천주교 사제들과 주교들의 환경파괴와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과 우려를 단지 소통의 부재로, 단지 일방적으로 설득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긴다"며 "우리의 외침은 창조주 하느님의 생명 가치에 대한 선포이자, 종교인의 양심선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강가의 모든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일은 우리 신앙인들의 몫이고, 의무이고, 소명"이라며 "정치적 개입이 아닌 '사회적 부정행위와 기만적 술책에 대항하는 정의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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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
이들은 선관위가 각 지역 천주교 성당에 게시된 현수막과 서명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은 이 정부가 선거 기간 중에도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며 "정부와 선관위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종교·시민단체들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 압박을 중단하고,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부를 향해 4대강 사업에 대한 TV 토론회를 제안했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지난 7일 '4대강 사업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연대는 "우리는 이 공개토론회에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찬성, 반대 전문가들이 모여 가감 없이 투명하게 사업의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공개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활동 방침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진행해왔던 명동성당 들머리 생명평화미사는 접고, 4대강 공사 현장에서 기도회와 강 순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매주 수요일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봉헌, 매주 금요일 한 끼 단식 등도 제시했다.
다음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의 사제·수도자 5005인 선언문 전문이다.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47,9)
지난 3월8일(월), 우리는 전국의 가톨릭 사제 1천 백여명과 함께 예언자적 소명과 사제적 양심으로 이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12일(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한국 천주교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생명 경시풍조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한 사회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공동의이익과 선을 위한 가치 기준이 있으니, 그 것은 바로 '생명'의 가치입니다. 이 정부는 생명의 가치보다는 물질의 가치, 풍요의 가치, 소비의 가치, 개발의 가치, 자본의 가치에 더 기울어, 죽어가는 강과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단양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꾸구리,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같은 자연 형제들의 신음소리에 귀 막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다시 이 곳 명동성당 들머리에 섰습니다. 한국 천주교 사제들과 주교들의 환경파괴와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과 우려를 단지 소통의 부재로, 단지 일방적으로 설득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우리의 외침은 창조주 하느님의 생명 가치에 대한 선포이자, 종교인의 양심선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위해 모였습니다.
강은 단지 흐르는 물이 아닙니다. 어항이 아닙니다. '강'에는 땅과 물과 동.식물, 그리고 주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은 산과 들과 갯벌과 바다를 연결하는 자연의 메신저입니다. 때문에 그 강가의 모든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일은 우리 신앙인들의 몫입니다. 의무입니다. 소명입니다. 정치적 개입이 아닌 "사회적 부정행위와 기만적 술책에 대항하는 정의의 요구"(가톨릭 교리서 1916항)입니다.
우리는 이 강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임을 느낍니다. 속살이 드러나 파헤쳐지는 강과 강변, 강 바닥의 아픔이 마치 우리의 겉살과 속살을 벗겨내는 것 같은 처절한 아픔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느꼈을 그 고통입니다. 강의 죽음도 또 다른 십자가상 죽음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죽음의 공포와 생명 경시 풍조, 그리고 육중한 물질과 물량중심의 경도된 가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기도하며 실천할 것입니다.
- 우리의 요구와 다짐-
1. 지난 4월 금강 생명.평화미사에서 제안한 4대강 공개토론에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지난 5월 7일 '4대강 사업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청해왔습니다. 우리는 이 공개토론회에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찬성, 반대 전문가들이 모여 가감 없이 투명하게 사업의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공개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2. 우리는 6.2 지방선거에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에 적극 참여해 '강의 생명'을 약속하는 후보들을 식별하고 선택할 것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사회적 부정행위이지, 기만적 술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투표 참여와 후보자 식별은 정치적 개입이 아닌, 불의한 사회적 상황에 대항해야 하는 신앙인의 의무이며,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정의의 실천입니다.
3. 우리는 오늘 명동 생명.평화미사를 마치고, 이 곳 명동 들머리에서 있어 온 생명.평화미사를 마무리하고,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 곳에서 권역별 기도회와 강 순례를 이어갈 것입니다. 또 전국의 사제들에게 매주 수요일에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을 청합니다. 신자 여러분들에게도 매주 금요일에 강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한 한 끼 단식, 그리고 매일 생명의 강을 위한 묵주기도를 봉헌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우리 기도의 힘은 결국 이 강을 살릴 것입니다.
4. 현재 선관위는 각 지역 천주교 성당에 게시된 현수막과 서명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해 압박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은 이 정부가 선거 기간 중에도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고 단언합니다. 정부와 선관위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종교,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 압박을 중단하고,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어야 합니다!
2010년 5월 10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조해붕(한강 권역) 상임대표. 서상진 집행위원장 신부. 박창균 신부(낙동강 권역). 김재학 신부(영산강 권역). 임상교 신부(금강 권역), 오영숙 수녀(여자 수도회 대표), 김정훈 신부(남자 수도회 대표), 변연식 대표(평신도 대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의 사제·수도자 5005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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