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이제는 오디션 종결자다
- '무한도전'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판타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무한도전' 조정 특집에서 조인성을 멤버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골적인(?) 구애는 노홍철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김칫국 먼저 마시는' 후보 브리핑에서 시작됐다. 이 막무가내 브리핑에서 조인성이 후보로 거론됐고, 그는 결국 '무한도전' 조정팀의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물론 스케줄 문제로 조정팀에 합류할 수 없었지만, 그의 출연은 '무한도전' 한 회 분량이 될 정도로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그래서 새롭게 후보에 오른 인물이 개리와 김병만이다. 뜬금없이 로잉머신을 놓고 벌이는 테스트에서 김병만은 역시 달인다운 스피드와 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멤버로 합류한 인물은 개리. 특유의 성실함과 체력으로 그는 새 멤버가 되었다. 여기에 초반 후보 테스트에 참여했던 데프콘이 후보로 자청하면서 조정팀의 구색이 갖춰졌다. 그러고 보면 애초의 의도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는 셈이다. 조인성은 합류하지 못했고 갑자기 개리가 들어왔으며 여기에 데프콘이 자청한 것.
이처럼 상대방의 합류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막무가내로 이뤄지는 후보 브리핑에 테스트, 그리고 선발 과정은 마치 오디션이라는 과정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구석이 있다. 무언가 엄청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자신들과 합류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압력이 있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험난한 조정 팀의 여정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고맙다는 태도가 거기에는 엿보인다. 뭔가 준비된 자만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과정에 동참함으로써 그 함께 하는 노력을 통해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무한도전'의 방식이다.
이것은 일단 저 너머에 엄청난 권위를 세워두고 '좁은 문'을 통과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이다. 한정된 자리를 세워두고 끊임없이 경쟁을 시키는 오디션으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방식과는 다른 어떤 것. 잘 하든 못 하든 하고자 하는 이와 함께 함으로써 그 최선의 노력을 후회 없이 뽑아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무한도전'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판타지인지도 모른다. 내가 비록 모자라도 저런 이들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미 스타의 반열에 선 유재석을 포함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빗속에서 뒹굴며 새로운 멤버들과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모습이 훈훈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도전의 결과가 무에 중요할까.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전원이 1등을 받은 것은 그런 의미다. 과정이 아름다웠고 이미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을 이뤘기 때문에 경연장은 순위를 매기는 자리가 아니라 대중들과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일뿐이다. 조정 연습 때문에 생긴 손바닥의 물집과 굳은 살, 그리고 자신의 부상 때문에 민폐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고통을 숨기며 노를 젓는 모습에서 이미 조정이라는 스포츠가 가진 의미는 모두 성취한 셈이니 말이다. 8명이 똑같이 하나가 됐을 때 그 배가 더 빨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스포츠가 주는 상징이자 묘미가 아닌가.
후보 경쟁으로 치닫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 속에서 '무한도전'이 암묵적으로 깔아놓는 이 오디션 바깥의 그림들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시쳇말로 종결자 종결자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무한도전'은 오디션 종결자인 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