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사람들

유재석|그가 대체불가능인 이유

강물이 흘러 2011. 9. 9. 16:42

 

유재석|그가 대체불가능인 이유
 
엔터미디어| 입력 2011.08.06 10:17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별자리 스토리]

 

'무한도전' 조정특집 도중에 갑자기 '소지섭 비긴즈'를 편성한 이유는 명백하다. 그 첫째는 너무 과도한 미션 속에 지친 연기자들을 조금은 쉬게 해주려는 것이고, 둘째는 조정특집이 가진, 예능으로서는 부족한 웃음을 채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편성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조정특집을 하며 불거진 멤버 간 불화설이 사실무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목적과 해결점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다름 아닌 유재석이라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불화설이 불거진 것은 멤버 간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조정 경기가 갖는 힘겨움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미 준비된 체력을 갖추고 있는 유재석이나 '젊은 간' 진운이 앞에서부터 끌고 나가지만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는 정형돈이나 박명수가 심적으로 큰 부담감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유재석 특유의 도전정신은 이들을 더 힘겹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재석은 조정 연습을 위해 늘 새벽에 연습을 나갈 정도로(그가 새벽에 굳이 연습을 나가는 이유는 다른 조정선수들의 연습을 자신들이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열성적이었다.

유재석의 이런 도전에 대한 집착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카레이싱 특집을 하려 했을 때 유재석이 보인 미션에 대한 집착이 그 단적인 예다. 유재석은 카레이싱에 재능을 보였는데, 실제 경기에 나가 꼴찌를 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꼴찌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연습을 원했다. 그만큼의 시간 투자를 한다고 해서 더 많은 출연료를 받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김태호 PD는 그에게 의향을 물었고, 유재석은 "PD입장에서 좋은 그림이 나온다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며 한 발 더 나아가, "마지막 피니쉬 라인에서 아슬아슬하게 들어다가 차가 전복된다고 해도 그게 멋진 장면이라면 피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결국 김태호 PD가 고사하기에 이르렀지만 유재석의 남다른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 정도의 도전에 대한 집착이니 함께하는 멤버들이 얼마나 거기에 맞추기 위해 노력을 했을까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앞에서부터 끌고 나가는 도전정신이 바로 지금의 '무한도전'을 만든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도전이 너무 힘들어 생겨난 불화설을 결국 풀어내는 인물 역시 바로 유재석이다. 소지섭이 출연해 '무한도전 클래식'의 유쾌한 게임을 하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고, 또한 그간 조정 특집으로 굳어져 있던 예능으로서의 '깨알 같은 웃음'들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박명수의 이른바 버럭 캐릭터가 실제가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라는 사실을 유재석이 끊임없이 주지시켰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소지섭에게 버럭대는 박명수에게 "방송 끝나고 만나면 아깐 죄송했습니다 라고 말할 거면서 저런다"고 놀려댔다. 박명수가 캐릭터 설정으로 처한 문제를 에둘러 풀어냈던 것.

마지막 조정 팀의 구성원을 뽑는 자리에서도 유재석은 그 특유의 부드러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그 자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는 김지호 코치의 질문에 정형돈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즉 부상과 체력적 한계 때문에 팀을 위해서는 자신이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때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정형돈에게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 건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이 작금의 예능에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첫째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도전정신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늘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는 그의 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또 깨알 같은 웃음을 위해 맘껏 망가지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캐릭터이자 쇼일 뿐이라며 문제의 소지를 없애줄 수 있는 세심한 배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거의 완벽해 보이는 예능인이 어떤 미션에 최선을 다하고, 그 끝에 눈물을 흘릴 때 우리가 뭉클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 역시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고 그럼에도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그 눈물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