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걸에서 소길댁으로 이효리의 건강한 삶을 응원하는 이유 - 빛나는 사람들 -
- 파티를 버리고 생활을 택한 이효리 또 하나의 이효리 신드롬
3년 전인가 슈퍼스타 이효리가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을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소설 같은 만남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는, 파티걸과 시골 청년의 만남 같아서. MP3와 구형 엘피판. 혹은 핸드폰으로 맞춘 라디오 주파수와 트랜지스터라디오의 어울림 같았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세기말부터 그녀의 파티걸다운 면모를 지켜본 나로서는 서로의 가치관을 오래도록 인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트랜드 리더와 어쿠스틱 보이 중 누가 누구의 가치관에 물들어 버릴지가 궁금했었다.
변화된 것은 이효리였다. 내 남자친구에게를 노래하던 그녀가 이제는 인류애와 지구를 끌어안아도 어색하지 않을 구원자 이미지에 자연주의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마치 그것도 하나의 패션인 것처럼 폭신폭신한 순혈종의 고양이를 거느리던 이효리가 혈통서가 있을 리 만무한 믹스견 순심이의 언니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수만 마리 유기견의 대모를 자청하기도 했다.
소주 광고의 모델이었던 그녀가 채식주의를 선언하고 유명 디자이너에게 선물 받은 악어 가죽 가방에 양심과 탐욕을 되물어본다. 시국 선언이 민감한 시기에 당당한 투표 인증으로 주변 연예인에게 용기와 철학을 선사했던 것은 물론 노란 봉투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윗의 싸움 중인 노동자를 독려하기도 했었다. 그녀의 정의를 용기라고 명명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효리라는 상징적 트랜드 세터의 몸을 사리지 않은 철학은 그 영향력 덕분에 수시로 기사화되어 행동하지 않는 대중의 동기가 되었다.
또 하나의 이효리 신드롬이 된 그녀의 철학은 핑클 시절 못지않은 지지층도 생겼지만 그녀의 변화를 고깝게 보는 시선 또한 적지 않았었다. 변화에 민감한 이효리니 이것 또한 30대가 된 걸그룹 출신의 스타가 선택한 또 하나의 트랜드가 아니겠느냐고. 넝마주이를 패션화하는 힙스터처럼 이효리의 철학 또한 인스턴트라는 시각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이효리를 모파상의 ‘귀여운 여인’ 같은 그녀라고 생각했었다.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못 배기는 올렌카처럼 사랑하는 이의 가치관이 곧 자신의 철학이 되는 귀여운 여자. 그래서 이효리의 철학이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이상순의 영향 아래 탄생한 동경이라고 얕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 변화에 대단한 삶이지만.
하지만 최근 공개된 그녀의 블로그에서 제주 여인 ‘소길 댁’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효리의 삶을 보고 있노라니 그것이 얼마나 시건방지고 단편적인 감상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트위터라는 한정된 공간의 140글자로 표현된 이효리가 아니라 더욱 포괄적인 영역에서 발견한 이효리는 내 무례한 선입견을 깨뜨려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소길댁 이효리는 진드기 범벅인 강아지의 털을 손수 밀고 매일의 밥반찬을 걱정하는 소박한 제주 주부다. 물론 언뜻 평범해 보이는 그 일상 속에 스며든 슈퍼스타의 철학과 고뇌는 결코 그녀의 삶을 단조롭게 물들이지 않는다. 예쁜 상차림 앞에 앉아 앞치마를 멘 이효리의 모습이 무언가 파워블로거 주부 같아 낯설기도 하지만, “흑미밥은 안 불리고 했더니 생쌀 느낌. 고사리는 생선 굽다 태워버림. 옥돔은 겉은 타고 안은 안 익어버림.” 그냥 내버려뒀으면 그저 성공한 삶이라고 동경했을 예쁜 사진에 온통 실패한 초보 주부의 흔적을 낱낱이 공개하는 솔직함이 고스란히 너무나도 이효리다워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인조 평화가 아니라 실수와 한탄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효리의 리얼 라이프.
최근 기록한 이효리의 ‘모순’이라는 게시물은 그녀가 선택한 지금의 삶이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뇌에 부딪히며 스스로 완성한 독자적인 철학인가를 증명하고 있었다.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 숲을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 돼지고긴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선 절을 하죠….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모순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 이효리의 순수하고 소박한 글귀가 마음을 울린다.
또 다른 게시물. 컬러 테라피에서 소개한 이효리 자신의 색은 ‘빨강’이었다. 열정과 힘. 그리고 따뜻함과 사랑의 색. 그리고 배우자 이상순의 색은 ‘파랑’ 고요함과 평온함과 진실함. 그녀가 지금의 가치관을 갖기 전 슈퍼스타 이효리의 집으로 소개된 커다란 저택에서 그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던 슬픈 색채의 그림들이 떠오른다. 그 색깔에 스며들었던 공허함과 외로움의 절박한 호소. 커피숍의 화려한 빙수가 아니라 슈퍼 표 팥빙수에 커피를 부어서 티스푼 두 개를 동동 띄운 암갈색의 사진을 봤을 때 무언가 사무치는 감정이 치솟았다. 열정과 진심이 만나 탄생한 사랑 그 이상의 사랑.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진 이효리라는 이름의 열정과 힘. 이런 그녀에게 고요와 평화로 다가온 이상순의 진심. 그것은 하나의 진실이었고 이효리를 감싸 안는 따뜻한 사랑의 힘이었다. 신뢰와 사랑에 용기를 얻어 완성한 이효리의 철학은 쉽사리 싫증 내거나 무너질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이미지 출처 - 이효리의 블로그) - 빛나는 사람들 (http://doctorcall.tistory.com/)에서 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