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 5
아버지, 또다시
은혜로운 때의 시작입니다.
이마에 재를 받으며
제가 온 곳을
제가 돌아갈 곳을 생각하라는
사제의 말씀에
당신께 드렸던
약속들을
많이도 잊고 지낸 나날들을
기억합니다.
마주치는 눈길이 두려워
고개를 돌리면
한 가슴 가득 밀려들던
잿빛 구름.
불평의 몸짓도
계산에 밝은 요구도
모두를 품어 안기에는
가진 마음이 너무 작아
우울과 피곤함에 짓눌리다가
울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 날들이
사랑하지 못함에서 비롯됨을
생각 못하고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고개를 들면
참 빛으로
길을 열어 주시는
당신이 계심에 감사드리며
흩어졌던 마음을
어수선한 일상들을 거두어
제 자리에 놓아야겠습니다.
아버지,
제 삶의 주인은
당신이심을
다시금 고백하는 재의 수요일.
- 93. 2.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