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자존심이 있구나~
19개월 둘째 아이가 식탁의자 앉아 놀고 있고, 아빠는 그 옆에서 풍선을
가지고 아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작은 풍선을 만지작거리며 불룩
불룩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풍선이 펑하고 터졌습니다.
엄마인 저는 깜짝 놀라 뒤돌아섰고, 아이는 눈이 동그래서 얼른 저에게 안
기었지요.
저는 그 순간 남편 팔을 치면서 "아이 귀에다 대고 그러면 어떻해요?" 라
고 눈살을 찌뿌리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팔이 아프다면서 "무슨 여
자 손이 이렇게 맵냐"고 화를 내더라구요. 순간 "어, 아팠어? 나두 모르게
깜짝 놀라 그랬지.. 미안해요. 하며 팔을 문질러주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남편이 인상을 쓰고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벌컥 소리를 지르니 기분이 나
쁘다"고 하더군요. 전 저도 모르게 아이나 저나 놀라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요.
그 순간 저는 얼마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얼마 전 둘째 아이와 첫째 아이가 놀고 있었는데 큰애가 놀다가 동생을 밀어
버려 벌러덩 자빠지게 되었지요. 그 옆에 있던 아빠가 머리를 쿵하고 바닥에
부딪힌 아이를 보고는 다짜고짜 큰 애를 확 밀치고 아이를 안았습니다. 그러
면서 큰 애에게 혼을 내었고 큰 애는 자기를 밀쳐버린 아빠에게 화가 났지요.
그런데 아빠는 씩씩거리면서 큰 아이를 나무라기만 했었습니다.
그 일이 생각난 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아이만 챙기고 뭐라그래서 섭섭해요? 그래도 자기는 기분이 나쁘다고 나한
테 바로 표현할 수 있고 나두 자기한테 미안하다 말할 수 있으니까 덜 억울
하지.. 큰 애는 동생과 놀다 다치면 자기만 혼나잖아? 얼마나 기분이 상했겠
는지 그 때 일이 생각나네.. 속상할 맘을 표현할 기회도 안주니까 더 부당하
다 느끼지.."
그러자 남편은 "그렇구나.. 난 그 때 큰 애 기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면서 "우리 큰 애도 마음이 있지, 자존심이 상하고 섭섭했겠네.. 말할 기회
를 주고 내가 사과했어야 했어.. 그렇겠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마치 큰 애에게 자존심이 있고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안 사람처럼
말입니다.
한국HARP심리연구소 소장 채혜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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