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했지만 ‘남’일 수 없는 ‘이웃집 웬수’
뉴스엔 | 입력 2010.04.03 [유경상 기자]
이혼한 부부는 가족이 아니다. 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도 아니다.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가족도 아니고 남도 아닌 이 애매하지만 일반적인 오늘날의 인간관계에 대해 주말 드라마가 파고들었다.
부부가 이혼한 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SBS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극본 최현경/연출 조남국)는 이혼한 부부가 남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3월28일 방송된 '이웃집 웬수' 8회에서 김성재(손현주 분)는 딸 김은서(안은정 분)를 데리고 결혼을 약속한 강미진(김성령 분)을 만난다. 강미진의 아들 송준서(차재돌 분) 역시 함께다.
강미진과 송준서를 본 은서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주저앉는다. 꾀병이라며 야단치는 아빠 김성재 대신 아이를 살펴보고 병원에 가기를 재촉하는 쪽은 강미진이다.
윤지영(유호정 분)에게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성재에게 "정말 엄마 마음을 모르는 군요"라며 "엄마라는 사람은 애가 내가 없는 곳에서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만으로도 피가 마른다구요. 차라리 같이 아파하는 게 훨씬 나아요. 그게 엄마예요."라고 말하며 바로 전화할 것을 조언하는 사람도 강미진이다.
병원에 도착한 은서는 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 끝에 스트레스를 받아 장이 꼬였다는 진단을 받는다. 뒤이어 연락을 받고 달려온 엄마 윤지영(유호정 분)에게 은서는 "아빠가 내 동생 준서가 아닌 다른 아이를 준서라고 생각하며 예뻐하는 게 싫다"며 운다.
은서가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를 엿들은 성재는 "준서가 죽은 게 은서한테도 상처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고백한다. 그 말을 들은 지영은 "은서도 준서가 없으면 우리가 예전처럼 한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며 슬퍼한다. 지영은 "은서를 생각하면 괜히 이혼했다"며 후회하고 성재는 술에 취해 지영에게 "프로포즈는 무효"라고 말한다.
이혼하면 '남'이라고 생각한 성재와 지영이지만 두 사람은 은서와 죽은 준서의 존재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셈이다.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성재의 재혼 상대자인 미진 또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미진을 통해 성재는 그동안 자신이 좋은 남편, 멋진 아빠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반성하며 지영과 은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성재-지영-은서가 비록 이혼으로 가족이 나뉘었지만 그로 인해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의 드라마들은 주로 결혼이나 이혼이라는 사건을 극의 결말부분에서 하나의 해법으로 선보였다. 사랑의 위기를 겪던 인물들이 갈등을 딛고 사랑을 이뤄 결혼을 하면서 끝나는가 하면, 갈등을 빚던 부부가 결국 이혼을 해 각자의 길을 떠나며 결말을 맺었다.
하지만 '이웃집 웬수'에서 이혼은 하나의 극적인 '해법'이 아닌 '생활'의 연장선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면 부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이혼'하면 남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결국 '생활'일 수 밖에 없는 '이혼'을 보여준다.
물론'이혼'을 하나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생활의 연장선상으로 보게 해주는 주요인은 '아이'다.
지영은 성재의 전화를 귀찮아하다가도 은서를 생각해서 "영영 안 볼 사이도 아닌데"라며 핸드폰을 받는다. 귀찮지만 안 볼 수는 없는 사이. 가족보다 멀고 남보다 가까운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가 앞으로 '이웃집 웬수'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웃집 웬수'는 22.3%(3월 29일/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이하)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순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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