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성목
몸이 얼고
다 얼어터진 후에야 비로소 바람을
나무가 가지를 휘어
안고 등을 쓸어내린다
아픈 데 없느냐
내가 널 잊었겠느냐
바람이, 제 품에서 우는 것을
늙은 나무는
뼈를 뚝뚝 꺾어내며
보여주려 하지만
나무는 모른다
바람은 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을
울음이 없다는 것을
끝내는
나무의 뼈마디 으스러지는 소리만
마을까지 내려와
아궁이 군불 삭정이 같은 것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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