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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4살 아이의 냉혹한 면접, 엄마 본적 있는가...(휴먼다큐 사랑)

강물이 흘러 2010. 6. 25. 15:38

버려진 4살 아이의 냉혹한 면접, 엄마 본적 있는가...

(휴먼다큐 사랑)

뉴스엔 | 입력 2010.06.19

[뉴스엔 박정현 기자]
4살 지운이. 지난해 버려졌다. 자신의 이름을 지운이라고 말했다 나이는 네 살이라고 했다.

아이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길 거부했다.
6월 1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 크리스마스의 기적'에서 버려진 다른 아이들이 새 가정을 찾는 사이 지운이는 '다시' 버려졌다. 그래도 웃었다. 어리광 부릴 곳이 없었다.

친구 서진이는 다현이란 이름을 찾았다. "나 엄마 봤다"라는 서진이의 말에 지운이는 "서진이 엄마 봤다"고 외쳤다.

서진이 아니 다현이는 엄마를 찾았다. 다현이를 버렸던 엄마는 아들을 잊을 수 없었고. 반년도 되지 않아 아들의 흔적을 더듬어 데리러 왔다. "엄마 안 좋아"라고 외쳤던 다현이도 어느 새 엄마의 품에 안겼다.

지운이는 다현이의 엄마가 사온 햄버거를 먹는 호사도 누렸다. 다현이와 친하게 지냈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 뿐이었다. 네 살 남자아이를 찾는 입양 희망자는 없었다. 입양을 희망했던 이들도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면접'에서 잘 못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갓난아이나 여자아이만 찾는 사회가 잘못된 것일까.

지운이는 머리를 깎았다. 예쁜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면접을 봤더라면 어땠을까.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 가슴에 한가득 과자가 안겨졌다.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떨어져야 했다. 눈물 흘릴 법 하지만.

지운이는 울지 않았다. 밝게 웃었다. 어리광을 부릴 대상이 없는 듯. 네 살배기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새 가족을 만나 행복을 찾는 사이. 스스로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잔인했다. (사진= MBC 화면 캡처)

박정현 pch46@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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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입양 속에 핀 부모의 사랑…시청자 '촉촉'

TV리포트 | 전선하 기자 | 입력 2010.06.19

 
[TV리포트 전선하 기자] '휴먼다큐 사랑'이 버려진 아이들의 운명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눈물샘을 다시 한 번 자극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가정의 달 특집 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랑 - 크리스마스의 기적'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버려져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성탄이'의 입양 사연과 함께 버려진 아이들의 엇갈린 명암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동의 시간을 선사했다.

영하의 날씨에 태어날 때 몸에 묻은 혈액도 제대로 닦이지 않고 발가벗겨진 채로 버려진 성탄이는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져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성탄이 사연이 알려진 이후 입양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나타났던 것. 버려진 아이는 어느 새 '축복' 같은 아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품에 안겨 있었다.

성탄이 외에도 아동복지센터에 머물고 있는 다현이, 지운이도 시설에서 자라며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다현이는 뒤늦게 엄마 심미연(가명, 25)씨가 찾아왔지만 버려질 당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는 엄마를 거부했다. "엄마 안 좋아" "싫어"를 연발하며 기둥 뒤로 몸을 숨기던 다현이는 거듭되는 엄마의 사과와 위로에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

심미연씨는 "제가 미혼모인 것도 안 창피하고, 모텔에서 아이 키우는 것도 하나도 안 창피하다"며 힘겨운 현실 앞에 다현이를 키울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소원하며 앞으로 아이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임을 다짐했다.

반면 지운이(5세 추정)의 앞날은 어두웠다. 입양에 선호되는 여자아이도, 갓난아이도 아닌 지운이는 한 차례 입양의사를 밝힌 부부와 대면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하고 장기보호시설로 보내졌다. 지운이 같은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윤아는 입양을 통해 한 가정에 기적 같은 삶을 선사한 케이스였다. 만삭인 산모가 모텔방에 두고 간 아이 윤아는 부부와 아들만 둘인 가정에 입양됐다. 유복한 가정이었지만 무뚝뚝한 아들들 덕에 적막이 흐르던 집에 윤아는 활기 그 자체로 집안을 바꿔놓았다.

아빠의 귀가시간이 빨라졌고, 공부와 컴퓨터에 빠져있던 두 아들은 윤아가 누워있는 안방에 자주 출입하며 한 번이라도 더 부모와 말을 섞으며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윤아의 입양을 적극 추진한 엄마 김성희씨는 "엄마하고 자식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고 운명이다"는 말로 윤아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표현했다. 아빠 김서규씨는 "집에 오면 걱정이 없다. 요즘 아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는 축복이다"라는 말로 입양의 기쁨을 전했다.

매 회 방영 이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휴먼다큐 사랑'은 다음 주 할머니와 외손녀 간의 진한 사랑을 담은 "아빠의 집으로"를 방영하며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 MBC '휴먼다큐 사랑' 화면 캡처
전선하 기자 sunha@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