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세계는 어쩌면 저리도 반짝반짝 빛날까. 자본으로 치장한 상류층의 삶을 드라마를 통해 엿보게 될 때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 매끈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가 과연 현실일까. 또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또 얼마나 빛이 나는가. 그래서 눈을 돌리면 여기 놓여진 우리네 삶은 또 얼마나 비루한가. 금란(이유리)이 자신이 살아온 고시촌 식당집 딸의 삶에서 저편에 놓여진 정원(김현주)의 세계를 동경하고 급기야 그것을 빼앗으려하는 건 그래서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가 그녀의 눈을 찌른 탓이다.
드라마의 흥행 코드로 자리했지만 식상하기 그지없는 '출생의 비밀' 코드를 가져온 이 드라마는 그러나 그 코드를 변용함으로써 식상함을 넘어선다. 즉 이 드라마가 다루는 것은 바뀌어진 운명으로 인생역전하는 '출생의 비밀' 코드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 그 반짝반짝한 세계에 들어간 금란은 본인 스스로 얘기하듯 수많은 것들을 잃어버린다.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버린 그녀는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버린다. 자신이 지켜오던 성실함이나 정직함 같은 가치까지 내버리는 것.
정원의 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그녀를 집에서 내쫓고 직장에서도 몰아내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란의 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그 반짝반짝 빛나는 자리들을 모두 자신이 차지한다고 해도 그 자리를 진정으로 빛나게 하는 주변사람들의 진심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래서 애걸하듯 마음을 갈구한다. 친부모에게도 또 자신이 사랑한다 믿고 있는 승준(김석훈)에게도.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애걸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는 어떤 것이 상대방에게 닿을 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이 타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정원이 점점 어려운 현실 속으로 떨어지면서도 오히려 그럴수록 그녀에게 마음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 빛난다. 심지어 그녀를 절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승준의 어머니(김지영)조차도 그 빛에 흔들린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궁극적으로 두 개의 세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사채업의 대모로 피도 눈물도 없는 승준모와, 금란의 친모로서 핏줄에 연연하는 진나희(박정수), 정원에 대한 열등감으로 스스로 패배주의자의 길을 걷는 한상원(김형범), 도박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정원의 친부인 황남봉(길용우) 같은 물질적인 세계에 집착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금란의 캐릭터를 변주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킬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곧이곧대로 편집장 승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법고시생 강대범(강동호), 소박한 소시민의 얼굴인 박중혁(김상호) 같은 인간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원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뜻은 이 두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물질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적인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란과 승준모의 패악스러움은 극으로 치달으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그 '반짝반짝 빛나는' 것의 실체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은 클 수밖에 없다. 멀리서 저 편의 풍요로운 물질이 만들어낸 반짝거리는 세계를 바라볼 때는 동경하는 마음이 들었다가, 가까이 다가가보니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세계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비루하게만 여겨졌던 당신이 사는 세계를 다시 되돌아보고 거기 사실은 반짝거리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 비뚤어진 사회의 시스템을 마음의 차원으로 돌려버리는 혐의를 벗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 세계를 막연히 동경하기보다는 뒷면의 추악함을 드러내려는 이 드라마의 진심만큼은 분명한 것일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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