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18
왠일인가
기차가 멈추어섰다
창 밖의 山에 가득한
낙엽송을
마냥 바라보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 것인가
벅차게 주어진 소임에
온 몸과 마음으로
달려왔던 날들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과
사랑의 눈빛을 먹고
수많았던 시행착오와
좌절의 눈물들,
질책의 아픔들을
견디어내었다.
달래고 어르면서 잠재워왔던
욕망과 감정의 반란에
피흘리던 봄날의 가슴
그 실체를 찾아나선
여름날의 여로에서 만난
나를 끌어안고 통곡했었다
남 먼저 잎을 떨구고
맨 몸으로
곧게 서 있는 미류나무 가지들
그 자유를
나도 노래할 순 없을까
. . . . . . .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 . . . .
선택한 순명으로
사랑을 가꾸어 나가리라
차창 너머
늦가을 산을 바라보는
서른 여덞의 11월 어느날
- 2001. 11. 11
청량리에서 안동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
** "순명"을 찾아낸 것은 한 달쯤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