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19
칠십오세의
아브라함에게 떠나라고 하신
고향으로
다시 가라고 하신다
떠나온 지
열 네해만에
당신께 발목 잡혀 떠났던
이십대의
빛나던 열정
제법 닳은 검은 옷과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흰 머리카락
중년에 들어선 수녀가
거울 저편에 서 있는데
단발머리 소녀시절
묵주알을 굴리며
즐겨찾던 성당
뜨거운 갈망으로
어둠 속에서
기도하던
그 자리로 다시 간다
성당 뒷마당의 유치원
이백여명의 아이들
그들과 주고 받을 사랑도,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내려 앉을
홀로 계신 어머니도,
낯익은 이들과의
낯선 관계의 어색함도
모두
머리에 그려진다
바람은
거세게 나무를 뒤흔들고
창은 휘파람을 부는데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평온한가--
주시는 대로 받겠다고
이국땅 성당에서
기도한
눈물의 힘인지,
함께
걸어가는 당신이
잡고 계신 굳센 손,
그 힘인지...
- 2002. 1. 28 연피정 중
** 이동 소식을 들었었다... 연피정을 들어 오기 직전에..
예언자도 환영 받지 못한다는...고향에 있는 소임지로 간다는...
연수 중이던 독일에서,
떠나기 하루 전 날 아침에 전화를 했다가..
그날 새벽 미사 때, 영성체 후 기도를 하면서,
가라고 하시면 가겠고, 있으라고 하시면 있겠다고...
주시는 대로 받겠다고...기도하면서 흘렸던 눈물, 그 의미는..
그 전 해, 일년의 아픔에 대한 결실이었음을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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