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산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산수를 배우지만 산수의 기본개념은 그 이전
에 깨우쳐 갑니다.아이들이 산수의 기본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도
와주세요.
아이들이 나중에 산수를 잘 하게 하기 위해서 굳이 학습지를 시킬 필요
는 없습니다. 학습지를 하루도 빼지 않고 할 수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으
며, 밀린 학습지는 아이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엄마를 화나게 하지요.
결국 심리적으로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해가 됩니다.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엄마와 자녀와의 관계도 나빠지게 되지요.
이번에는 학습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수학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수세기
아이들이 하나, 둘, 셋, 넷 하고 수세기를 하면 너무나 귀엽고 대견하지요.
처음에는 하나, 다섯, 둘, 하고 세어도 귀엽기만 하다가 차츰 아이가 수를
틀리게 세면 엄마는 답답해지고 그래서 맞게 고쳐주려고 애를 쓰지요. 서너
살 바기 아기가 하나, 둘, 셋, 수를 셀 줄 안다고 수에 대해 이해를 한 것일까
요? 아닙니다. 아이들이 눈, 코, 입... 이라고 명칭을 대듯이 “하나, 둘, 셋”도
아직 수의 개념이 아닌 기계적인 호칭일 뿐이지요.
“이건 멍멍이”, “이건 야옹이”, “이건 코”, “이건 눈”. 어른들이 가르쳐
주면 아이들은 열심히 따라합니다. 멍멍이, 야옹이, 계속 되풀이 하여 사물
의 이름을 익히기 시작하지요. 우리는 이것을 이름 붙이기(naming)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언어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아이들이 처음 수를 세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름 붙이기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머리, 눈, 코”하듯이 “하나, 둘, 셋”하고 사물
을 가리켜 보지요.
아이들은 왜 까만 부분은 머리라고 하고 뾰족한 것은 코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주위에서 그렇게 부르니까 그냥 흉내를 낼 뿐이지요. 그래서
머리를 코라고 했다가 머리라고 했다가 하면서 말이예요. 또 머리와 코에
는 순서가 없습니다.
머리를 먼저 가리켜도 되고, 코를 먼저 가리켜도 됩니다. 단지 아이가
맞게만 가리키면 어른들은 모두 박수를 보내 주지요. 그러므로 아이는 하나,
둘이라고도 하지만 둘,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들었던 단어를
즐겁게 되풀이 하면서 하나, 둘이라는 새 단어를 익혀 가는 것이지요.
숫자를 순서대로 세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혹시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닌
가 생각하는 부모님도 계시지요? 수세기는 인지발달에는 크게 문제가 없답
니다. 수는 지극히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름붙이기 단계에서 발전하여 수에 대한 개념이 생기게 되면 아이는
훨씬 쉽게 순서에 맞추어 수를 셀 수 있게 됩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맞았다, 틀렸다’라는 판단을 하지 말고 아이가 틀리게
세었을 때에는 엄마가 그냥 다시 맞게 “하나, 둘, 셋, 넷”하고 세어 주세요.
아이가 수를 익히기 위해서는 “하나, 둘, 셋”을 틀리지 않게 세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랍니다. 왜 “다섯, 둘”이라고 하면 틀리는 것인지를 알아
가는 과정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요.
2007년 12월 27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우남희 올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하여 > 아름다운 아이,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아들의 고집 - 우남희 - (0) | 2008.10.26 |
---|---|
수놀이 2. 보존 개념 - 우남희 - (0) | 2008.10.26 |
정서발달의 놀라운 효과 (0) | 2008.10.20 |
아기와의 씨름 (0) | 2008.10.20 |
긍정적 금지 (0) | 2008.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