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고 싶은 글/마음에 담겨오는 시

이 세상이 쓸쓸하여 - 도종환 -

강물이 흘러 2008. 11. 1. 19:07

 

 

          이 세상이 쓸쓸하여

                      - 도종환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은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