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우리는 왜 이규혁에게 박수를 보내는가?
노컷뉴스 2010.02.22 [CBS사회부 구용회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동계스포츠 관람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지난 한주 국민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딴 두 선수 못지 않게 스피트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 선수(32)의 눈물의 기자회견이 국민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비록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의 진솔한 인터뷰 내용은 너무나 인간적인 이규혁의 면모를 보여줬다. 우리가 왜 이규혁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해본다.
▶ 이규혁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안타까움과 공감을 표시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은가?
=20년간 5번의 올림픽에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낸 뒤 나온 대선수의 고백은 정말 뜻밖이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게 너무 슬펐다"는 것이 이규혁 선수의 말이었다. "500m를 하기 전에 선수로서 느낌이 있다.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그러면서 "우울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기자회견을 피하고 싶었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나고... 같이 있는 분들도 울어준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규혁 선수의 이 말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눈물이 살짝 고이거나 "그래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구나"하는 동정심을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는 험난한 도전이었지만, 어느 누가 '이번에는 못할 것 같았다'라는 말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겠나? 이규혁 선수가 아니면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을 모두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이규혁 선수가 '겸손함'을 넘어선 '자책감'을 피력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더욱 마음을 아파하는 것 같은데?
=이규혁 선수는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낸 뒤 나한테 고마워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내가 가르쳤다기보다 배운 것도 많았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그들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13살부터 국가대표에 올라 10여년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호령했던 대선수의 고백이라고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가 '인기를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알아보는 지 거리를 걸어보겠다"고 말했다. 모태범 선수의 소감이 '재기발랄'하다면, 이규혁 선수의 고백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뇌를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대선수, 대선배 이전에 인간 이규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울림이 훨씬 크지 않나 생각한다.
▶ 이규혁 선수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승패'보다는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스포츠는 '경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금메달을 따고 1등을 하는 선수에게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스포츠 만큼 적나라하게 승자와 패자가 반비례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 거다. 그러나 스포츠가 반드시 1등만을 기억하게 하지는 않는다. 선수의 역경과 고난을 통해 좌절도 맞보지만, 금메달보다 더 진한 감동의 '휴먼 스토리'도 종종 있다.
비인기종목 핸드볼팀의 역경은 '우생순'(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제작됐고 스키점프 선수들의 무모한 도전은 '국가대표'로 제작돼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나?
이규혁 선수도 밤에 잠이 없고 아침에 잠이 많은데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본인은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는데.."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그 외에도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했을까? 우리가 보지 않았어도 이규혁 선수가 흘린 땀방울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
▶ 이규혁 선수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한국빙상을 위한 주춧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나?
=스포츠 선수는 아니지만 영국의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Earnest H Shackelton)'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두 번이나 남극을 탐험하고 돌아왔지만 '남극대륙횡단'이라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섀클턴은 자신이 또 한번 좌절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700여일을 남극의 부빙속에 고립돼 대륙탐험에 실패했다. 그러나 시속 300킬로미터와 영하 70도 추위에 맞서 27명의 대원을 전원 구출해냈다.
새클턴은 영국에서 남극점을 첫 정복한 '로버트 스콧'이라는 사람에게 당시에는 가려 있었다. 그러나 훗날 그의 실패는 '성공보다 더 위대한 실패'가 돼 영국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著)
영국의 BBC방송은 그를 콜럼버스, 닐 암스트롱, 마르코 폴로에 이어 지난 1천년간 5번째 최고 탐험가로 꼽았다.
이규혁 선수가 아픔과 시련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모든 열정을 쏟아 낸 뒤 마음속의 진솔한 감정을 숨김없이 밝히는 것을 보면서 이규혁 선수의 인생에서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생각돼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이규혁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안타까움과 공감을 표시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은가?
=20년간 5번의 올림픽에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낸 뒤 나온 대선수의 고백은 정말 뜻밖이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게 너무 슬펐다"는 것이 이규혁 선수의 말이었다. "500m를 하기 전에 선수로서 느낌이 있다.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그러면서 "우울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기자회견을 피하고 싶었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나고... 같이 있는 분들도 울어준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규혁 선수의 이 말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눈물이 살짝 고이거나 "그래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구나"하는 동정심을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는 험난한 도전이었지만, 어느 누가 '이번에는 못할 것 같았다'라는 말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겠나? 이규혁 선수가 아니면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을 모두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이규혁 선수가 '겸손함'을 넘어선 '자책감'을 피력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더욱 마음을 아파하는 것 같은데?
=이규혁 선수는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낸 뒤 나한테 고마워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내가 가르쳤다기보다 배운 것도 많았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그들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13살부터 국가대표에 올라 10여년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호령했던 대선수의 고백이라고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가 '인기를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알아보는 지 거리를 걸어보겠다"고 말했다. 모태범 선수의 소감이 '재기발랄'하다면, 이규혁 선수의 고백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뇌를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대선수, 대선배 이전에 인간 이규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울림이 훨씬 크지 않나 생각한다.
▶ 이규혁 선수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승패'보다는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스포츠는 '경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금메달을 따고 1등을 하는 선수에게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스포츠 만큼 적나라하게 승자와 패자가 반비례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 거다. 그러나 스포츠가 반드시 1등만을 기억하게 하지는 않는다. 선수의 역경과 고난을 통해 좌절도 맞보지만, 금메달보다 더 진한 감동의 '휴먼 스토리'도 종종 있다.
비인기종목 핸드볼팀의 역경은 '우생순'(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제작됐고 스키점프 선수들의 무모한 도전은 '국가대표'로 제작돼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나?
이규혁 선수도 밤에 잠이 없고 아침에 잠이 많은데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본인은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는데.."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그 외에도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했을까? 우리가 보지 않았어도 이규혁 선수가 흘린 땀방울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
▶ 이규혁 선수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한국빙상을 위한 주춧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나?
=스포츠 선수는 아니지만 영국의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Earnest H Shackelton)'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두 번이나 남극을 탐험하고 돌아왔지만 '남극대륙횡단'이라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섀클턴은 자신이 또 한번 좌절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700여일을 남극의 부빙속에 고립돼 대륙탐험에 실패했다. 그러나 시속 300킬로미터와 영하 70도 추위에 맞서 27명의 대원을 전원 구출해냈다.
새클턴은 영국에서 남극점을 첫 정복한 '로버트 스콧'이라는 사람에게 당시에는 가려 있었다. 그러나 훗날 그의 실패는 '성공보다 더 위대한 실패'가 돼 영국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著)
영국의 BBC방송은 그를 콜럼버스, 닐 암스트롱, 마르코 폴로에 이어 지난 1천년간 5번째 최고 탐험가로 꼽았다.
이규혁 선수가 아픔과 시련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모든 열정을 쏟아 낸 뒤 마음속의 진솔한 감정을 숨김없이 밝히는 것을 보면서 이규혁 선수의 인생에서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생각돼 박수를 보내고 싶다.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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