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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 시집살이` 대처법

강물이 흘러 2010. 9. 19. 15:36

 `부하직원 시집살이` 대처법

 매일경제 Citylife 제240호(10.08.17일자)

 
  윗사람으로서의 권위를 갖고 싶어서라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일이 답답하고, 가만히 있자니 이건 아니다 싶다. 지적을 하고 지시를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고…. 대리급, 과장급, 후배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는 3년차. 이제 막 선배이자 상사가 되기 시작한 이들에게 닥쳐온 문제는 매출과 업무가 아니라 아랫사람 스트레스다.

상황1

 

   K사의 김 과장은 바로 아래 직속인 C대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타부서에서 옮겨온 지 반 년. 이제 업무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서로 호흡 맞춰 해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C대리의 업무 스타일은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강단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둔하고 게으른 타입. 순발력 있고 요령 좋은 김 과장 눈에는 정대리가 좀 굼뜨고 일을 미뤄놓았다 허둥지둥 처리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띌 수밖에. 가끔 불러 주의를 주면 '시정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은 하지만 기분나빠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은근히 '이건 내가 알아서 하고 있던 일인데 왜 이런 걸 간섭하는 거지?'라고 항명하는 듯도 하다.

상황2
   M사의 박 팀장도 팀원들에게 불만이 많다.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는 자신이 맡은 팀을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올려놓았지만, 팀원들과의 관계는 드라이하다. 겉으로는 모두 예의바르고 싹싹하지만 팀을 위해, 회사를 위해 어떤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은 보이지 않는다. 팀원들도 이런 팀장의 마음을 아는 듯 본인들이 인정받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다. 아, 하면 어, 알아듣는 파트너십을 가진 팀원이 절실하기만 한 박 팀장이다.

상황3
   L사의 조 대리도 마찬가지다. 인턴사원들은 그냥 인턴만 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념이 없고, 2년 차에 접어든 후배는 일도 미숙하지만 배우려는 자세도 안돼 있다. 최근 연애에 푹 빠져 칼퇴근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고 중요한 일도 미루기 일쑤다.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그 뒷감당은 부서원 모두가 해야 하고 대부분 조 대리 몫이다. 얼마 전 조대리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 사이 진행된 몇 가지 일을 후배 혼자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불평이 여간 아니다. 하지만 이런 휴가 시즌에 부서원 간에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직장생활의 여러 가지 스트레스 중 '아랫사람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꼭 직장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세상살이에도 해당되는, 은근히 강한 포스의 괴로움이다. 단지 세대차라 하기에는 연배 차이가 크지도 않아 '요즘 애들…' 운운하기도 그렇다. 
   바짝 붙어있는 선후배 사이니 업무적으로도 근접해 있어 이런저런 결점이 눈에 자주 띄기 때문에 더 골치다. 예전처럼 사수, 부사수의 개념이 확실하지도 않고 동성이 아닌 이성 선후배 사이일 경우 간극의 차는 넓어져만 간다.
   그러나 활기차게 잘 돌아가고 있는 옆 부서, 다른 회사, 다른 팀의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내가 카리스마가 없고 능력이 부족하여 이런가 싶다.

직장에서 세대차는 입장차이다

   고작 나이 몇 살 차이인데 무슨 세대차?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후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신입생 시절, 4학년이나 복학생 선배를 바라보던 때를 돌이켜보라. 회사에 갓 입사했을 때 대리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그러나 사실은 세대차가 아니라 입장차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잣대가 '입장차'다. 입장이 다르면 똑같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봐도 느끼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진다. 그러나 입장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고 설득하며 다가가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보완적이며 상대적이지만 언제나 상황의 키는 윗사람, 가진 사람이 쥐고 있게 마련. 선배, 상사가 먼저 시작하면 훨씬 빠르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다가가라. 꾸준한 접촉이 필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좁히고자 하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의 높이와 거리다.
   실제로 여러 기업의 임원급 이상이 SNS를 통해 직원들과 관계 맺으려 애쓰고 있다. 물론 열어만 놓고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다든가, 조금 생뚱맞은 내용으로 팔로어들이 어색할 수도 있고, 회사나 상사 욕을 못하게 돼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실적이 자신 없으면 경청의 능력을 보여라 

   선배나 상사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에 '내가 능력이 없어서'라는 것이 있다. 약간의 열등감이 포함된 이 자격지심은 사실 괜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주 능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있어 팀과 회사의 실적을 찬란히 빛나게 한다면 좋기는 하겠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천하를 통일한 것은 가장 뛰어난 인재였던 항우나 미실이 아니라 덕을 쌓아 민심을 얻은 유방과 덕만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조직에서 개인의 능력이 빛을 발하기란 쉬운 일도 아니며 한 가지 능력에 모든 것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또 능력과 덕을 겸비한 전지전능한 인간형은 존재하기 어렵다. 
   경청상대의 마음을 열고 나를 이해시키며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업무적으로는 열린 토론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고, 실제로 필드에서 올라오는 생생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야비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희미해진다는 면도 있다. 자신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수록 후배의 말에 경청하는 태도를 취하라.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다

   악독하기로 손꼽히는 선배 A가 있었다. 업무적으로는 능력이 있는 편이었지만 성격이 불같고 편파적이며 감정적인 타입이었다. 조직에서도 문제를 자주 일으켜 소문이 끊이지 않는 트러블메이커였는데, 그의 밑에서 오래 일한 B선배는 정반대로 온유하고 공정하며 조직에서도 위아래로 잘하는 타입이었다. 같이 일할 때 어땠는지 물었더니, "정말 많은 걸 배웠다"라고 답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만 했거든."
   반면교사(反面敎師), 타산지석(他山之石)을 기억할 것. 당연한 말 같지만, 어느날 문득 내가 싫어했던 상사의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인간은 좋은 바이러스보다는 나쁜 세균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나쁜 점만 피해가더라도 인격과 업무의 평균점은 넘길 수 있다.
   사실 후배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후배나 직원들이 자신을 잘 따르지 않기 때문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찜찜해하기 시작하다보면 상황은 점점 꼬여가게 된다. 상대의 말을 비틀어 생각하고 의도를 먼저 파악하려 애쓴다. 그럴수록 관계는 더 나빠지고 결국은 권위적인 방식을 택하게 된다. 
   사실 후배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라. 상대의 말을 꼬아 생각하거나 예측하거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지 마라. 관계의 벽을 더 높이 쌓을 뿐이다. 후배들이 갖고 있는 로망 중 하나는 '일 잘하는 선배가 구차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쿨하게 성공하는 것'. 일본과 한국 샐러리맨들의 판타지인 '시마'의 삶처럼. 파벌이나 정치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낮은 곳에 눈길을 주며 열심히 일하다보면 여자도 따르고 권력도 얻게되는 것이다.

지적질하지 마라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요즘은 부모고 교사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타이르지 않는 세상이다. 또 머리가 좋을수록 자존심이 강해 남에게 지적을 받으면 견디지 못하는 케이스도 많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세상의 감각에 맞춰야한다.
   사람은 지적을 받으면 어쩐지 그 일이 하기 싫어진다. 지적을 자주 하는 사람 옆으로는 가고 싶지 않게 된다. 상대의 결점을 드러내는 표현은 자제하라. "이건 아니지"가 아니라 "그것보다는 이 방법이 어떨까?" 라고 말하라. "너무 성급한 것 같은데"보다는 "우선 이걸 먼저 확인해보자. 그리고나서"라고 말하라. 남녀간의 싸움에서와 마찬가지 룰을 적용해야 한다.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는 결정적인 한마디, "넌 항상"은 회사에서도 금기어다. 리더들을 위한 코칭 매뉴얼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지시하지 말고 질문할 것. 그리고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게 격려할 것.

모든 책임은 윗사람 탓이다

   거만한 사람.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남을 밟고 일어서기를 좋아하는 사람. 자신보다 돈과 지위가 뛰어난 사람 앞에서는 다른 사림인가 싶을 정도로 겸손하고 친절해지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독한 사람의 이면은 대부분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다.
   위사람 이야기 같지만 실은 아랫사람한테도 해당된다. 능력이 안되고 게으른 직원일수록 조직과 윗사람을 탓하고 불만이 쌓인다. 그러나 이조차도 윗사람 책임이다. 이런 룰과 현실을 극복하라고, 이러한 경륜이 쌓여 노련하게 대처하라고 월급을 더주는 것이다.
   팀장, 상사, 선배… 모든 윗사람 최대의 미덕은? 바로 '인내'다. 최고의 리더십은 포용력이다. 업무성과와 매출을 극복하는 왕도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능력이다.

[박윤선 기업 커뮤니케이션 & 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