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타진요', 무엇이 그들을 '광신도'로 만들었나
[TV리포트 조우영 기자] 2010.10.11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 매니저 '왓비컴즈'가 한 미주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타블로의 학력을 인정하겠으니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타블로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며 자신은 조국과 후손을 위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가운데 약 20만 명에 달하는 '타진요' 회원들은 큰 혼돈에 빠졌다. 일부 회원들은 탈퇴했지만 대다수의 회원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며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등 자신들이 주장하는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또 '타진요' 회원들은 지난 주말 '왓비컴즈'의 잠적설과 카페 매각설에 이어 이번 논란이 자신들의 카페를 와해시키려는 '음모'라고 믿고 있다.
이제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심지어 '사이비교주를 따르는 집단 광기 수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무엇이 이들을 '광신도'라는 비판까지 듣도록 만든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인지부조화(신념과 사실이 달라도 계속 믿으려는 정신병리심리현상)'에 따른 '망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 기득권에 대한 불신과 연예계 실태
손석한 정신의학박사는 일련의 현상에 대해 "자신이 믿고 있던 것들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때의 상실감 보다 유사 망상의 공유를 통해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싶어하는 심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 망상은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망상의 체계 중 피해망상의 전 단계로 내적인 갈등이나 열등감, 불안감, 시기와 질투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발생하는 일종의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사회 기득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실제 '왓비컴즈'는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 언론 등에 강한 불신을 제기하며 'X통에 쳐넣고 싶다'는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중은 일반적으로 약자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약자는 강자에게 항상 당하는 피해자에 가깝다. 연예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지만 한 켠으론 쉽게 큰 돈을 벌어 막강한 부를 누리는 강자로 인식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음주운전과 폭력, 도박과 마약 등에 연루된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거짓과 불법이 난무하는 연예계를 감안하면 대중에게 온전히 진실을 믿어달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 해외국적 연예인을 바라보는 민족주의 성향
특히 해외국적의 연예인에게 들이대는 대중의 잣대는 더욱 엄정하다. 유승준이나 2PM 전 멤버 박재범 등이 이미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들을 비롯해 타블로는 애초 문제가 발생했을 시 여론에 동정을 호소하고 적극 대응하려 하기 보다는 그런 대중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즉, 미국식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들은 일부 대중에게 '한국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풍기며 자존심에 상처를 주게 됐고, 부정적인 여론을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안에는 기본적으로 뿌리깊은 민족주의 성향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연예계에게도 적용된다. 같은 사안이라도 해외 국적의 연예인들에게는 더욱 냉혹한 비난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 국적 소유자에 대한 대중의 감성적 평가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타블로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만의 비정상적인 심리'로만 본다면 이런 현상을 빚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반성하는 데 아무 도움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왓비컴즈'의 리더십과 카리스마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왓비컴즈'의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도 회자될 만하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따르고 동조하는 회원들만을 카페에 남김으로써 소위 '사이비 종교의 교주' 다운 위엄을 과시했다.
지난 주말 잠적설과 카페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던 '왓비컴즈'는 이후 '타진요'의 게시판 공지를 통해 이를 부인, 회원들을 안심시켰다.
이 글에서 그는 "이번에 제가 여러 엄청난 문제 때문에 타블로를 살려준 것"이라며 "타블로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거의 바닥까지 봤다. 검사와 판사까지 보면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면 대한민국을 어디서부터 수술해야 할 지 해답이 나올 것이다. 이 문제는 차기 정권의 국정운영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네티즌들을 황당케 했다.
특히 '왓비컴즈'는 관련 글을 작성한 이후 회원들과 댓글로 소통을 하는 도중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카페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사회악을 청소하려 하는 건데 대한민국은 그런 사람들을 범죄나 신도로 몰아가는 군요"라며 여전히 선동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왓비컴즈'의 잠적설에 혼란을 느끼던 '타진요' 회원들은 그의 이 같은 등장에 반색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타진요' 회원들은 관련 글에 "왓비님 자주 활동해 주세요. 농담이라도 좋으니 아무런 글이라도 써주셔야 우리 회원들이 흔들리지 않아요" "왓비님 힘내시고 우린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라며 그를 응원하고 나섰다.
심지어 한 회원은 "기독교회의 예수님도 사기꾼으로 몰려서 사형당한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 한 명씩 예수님의 환생으로 생각하고 땅에 떨어져 썩어서 새로운 다른 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추종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이쯤 되니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라를 위해 마치 자신이 순교자라도 된 양 떠드는 '왓비컴즈'와 '타진요' 회원들을 오히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김영만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타블로와 '타진요' 논란은 불법과 불신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본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제 그들에게 자기합리화가 아닌 현실의 제 자리를 찾도록 주위 사람들과 사회의 따뜻한 도움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우영 기자 gilmong@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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