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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판치는 TV, 착한드라마 ‘이웃집웬수’ 남긴 3가지(종영)

강물이 흘러 2010. 11. 13. 22:42

막장 판치는 TV, 착한드라마 ‘이웃집웬수’ 남긴 3가지(종영)

 [뉴스엔 유경상 기자]  | 입력 2010.11.01 


   주말극 시청률 상위권을 고수해온 '이웃집 웬수'(극본 최현경/연출 조남국)가 10월 31일 최종회 65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한 부부 김성재(손현주 분)와 윤지영(유호정 분)의 이혼으로 시작됐던 드라마는 김성재의 재혼과 함께 끝이 났다. 김성재와 윤지영의 이야기는 그들 각자의 새 출발로 마무리됐다.

 

   김성재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 강미진(김성령 분)을 만나 재혼했으며 윤지영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윤지영이 직업적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데 장건희(신성록 분)의 사랑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웃집 웬수'는 이미 다 자라 버린 어른들의 자아발견-성장기 다름없었다. 그들은 사랑하고 상처받으며 결혼 혹은 이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성숙했다. 단순히 극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결혼과 이혼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랐다. 사건의 부각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이웃집 웬수'는 최근 보기 드문 착한 드라마였다.

# 하나. 자극적인 소재, 막장 아니면 시청률 잘 나올 수 없다?

   착한 드라마 '이웃집 웬수'는 자극적인 소재를 가진 막장 드라마가 아니면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없다는 편견을 깼다. 줄곧 시청률 20%대를 유지해온 '이웃집 웬수'는 천안함 사고 등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터지던 때도 타방송사 9시 뉴스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리 없이 강한' 저력을 과시했다. 높은 시청률에 의해 당초 50회로 예정됐던 드라마는 65회로 연장되며 시청자들과 보다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다.

# 둘. 이혼, 재혼은 막장소재? 같은 소재도 다르게 풀어낼 수 있다!

    이혼과 재혼, 고부갈등 등은 이미 오랫동안 드라마 단골소재였다. 이들은 어김없이 '이웃집 웬수'에서도 중심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이웃집 웬수'는 같은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들이 막장을 향해가는 사이 착한 드라마로써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이혼한 부부는 일상적인 갈등을 겪어가며 서로를 이해했고 재혼한 부부는 가족을 향한 배려를 더하며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들의 이혼과 재혼은 타 드라마들과 같이 복수를 수반하거나 완벽한 타인을 뜻하지 않았다. '이웃집 웬수'에서 이혼과 재혼은 가족개념의 종말이 아닌 확대를 뜻했다.

# 셋. 이혼-재혼이 흔한 세상,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핏줄 중심의 혈연이 중심이 됐다. 부계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인 전통적 가족 개념은 이혼과 재혼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 현대에 이르러 자연히 변화되고 있다. '이웃집 웬수'에서는 이혼 후 딸 은서를 엄마 윤지영이 키우는 설정에서부터 달라진 가족 개념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줬다.
   김성재가 강미진의 아들 준서를 제 호적에는 올리지 않은 채 아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나 윤인수(박근형 분)가 그토록 미워하던 전처의 아들을 자신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불구 제 아들로 받아들이는 모습 역시 그랬다.
   마지막 회에서 이선옥(정재순 분)은 임신을 서두르는 딸 윤하영(한채아 분)에게 "아이를 꼭 낳으라는 법 있냐. 입양해서 키워도 된다"며 "자식은 낳은 정이 아니라 기른 정이다"고 말했다.

   사회변화와 함께 이혼과 재혼이 흔해지더라도 가족이라는 기본적 테두리는 유지해야만 한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계혈연중심으로 그 개념을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그 범위의 확대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과업의 중요성을 '이웃집 웬수'의 가족들이 보여준 셈이다.

 

 유경상 yooks@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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