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카리스마’ 홍 감독의 리더십
스포츠경향 | 김기봉기자 | 입력 2012.02.24 06:05
"선수들에게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해가 됩니다. 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올해초 홍명보 감독은 미디어를 향해 의미심장한 쓴소리를 내뱉었다. 당시 일부 언론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의 해를 맞아 베스트11과 와일드카드를 거론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름이 제외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홍반장' 카리스마
홍 감독의 리더십과 지도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모든 선수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다. 올림픽호는 출범 초부터 주요 선수들이 A대표팀과 겹치거나 해외파의 소집이 불가능해 베스트11을 꾸릴 수 없었다. 홍 감독은 "베스트11은 없다. 전 선수가 한 팀"이라고 늘 강조하며 팀워크를 중시했다.
홍 감독의 지도 경력은 일천하다. 하지만 현역 때 4차례나 월드컵 본선무대를 뛰어본 경험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재산이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다. 선수들을 보호하고 하나로 묶고자 했던 이유도 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도력이다.
홍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홍반장'로 불렸다.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말보다는 행동이었고, 실천이 앞선 선수였다. 그래서 이기적인 이미지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을 이끌었던 국내외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홍 감독을 주장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발적 순종' 이끄는 큰형님
사실 어린 선수들에게 홍 감독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한국축구의 '레전드'다. 하지만 홍 감독은 '위엄'보다는 '소통'으로 다가갔다. 훈련 때 선수들의 이름보다는 별명을 부르며 벽을 허물었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폈다.
강제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은 자칫 선수들의 창의성을 가로막을 수 있었고, 임기응변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팀 선수들은 홍 감독을 무조건 믿고 따른다. '자발적 순종'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배우고자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학습효과를 높이는 효율을 가져왔다. 또한 여러 선수들 앞에서 한 선수의 잘못을 꼬집는 일이 없다. 조용히 따로 불러내 단점을 지적해 준다. 반면 칭찬은 공개적으로 한다. 사기와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이다.
올림픽팀 수비수 윤석영(전남)은 "감독님은 워낙 카리스마가 뛰어나서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한다. 가끔씩 던지는 유머도 재미있고 좋다"면서 "항상 라커룸에서 잘못을 꼬집기보다는 칭찬과 자신감을 북돋는 말을 해 주신다"고 말했다.
■승부욕 자극하는 전략가
마음은 따뜻하고 사려가 깊은 홍 감독이지만 두뇌는 냉철하고 치밀했다. 매 경기마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밟아갔다.
특히 홍 감독은 오만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에서 9년 전 패배를 대신 복수해주고 싶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2003년 10월, A대표팀이 아시안컵 예선 원정경기에서 오만에 1-3으로 패했던 일을 끄집어 낸 것이다. 선수들의 승부욕을 은근히 자극하는 고도의 전략이었다.
홍 감독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수완을 발휘했다. 올림픽팀은 규정상 해외파 차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시절 일본 J리그에서 활약했던 그는 인맥을 활용해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을 무리없이 불러모았다.
이제 축구팬들의 관심은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향해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여전히 목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냉철한 의지다.
< 김기봉기자 >
[스포탈의 눈] '홍명보의 아이들' 키워낸 세 가지 키워드
스포탈코리아 | 윤진만 | 입력 2012.02.24 06:58 |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43)은 제자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그의 리더십에는 3대 키워드가 있다.
잘해도 '쓰담' 못해도 '쓰담'
홍명보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청소년 대표 감독 시절부터 선수들이 잘하건 못하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자들이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게 경기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도자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경기에 안 풀릴 때에도 벤치에서 절대로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그 결과, 올림픽팀은 다른 대표팀과는 다르게 선수들의 플레이에 자신감이 넘쳤다. 공격의 창의성이 특히 뛰어났다. 레프트백 윤석영은 "감독님은 라커룸에서 선수들한테 칭찬만 많이 하신다. 자신감 북돋아 주시는 말을 한다"고 했다.
제자를 춤추게 한 스승의 믿음
이는 믿음과 관련 있다. 홍명보 감독은 실력과 투지를 선보인 선수를 끝까지 믿고 간다. 오만전이 대표적이다. 사우디와의 최종예선 4차전에서 부진한 경기 내용을 보였지만 오만전에서 소폭의 변화만을 줬다. 처음으로 합류한 남태희와 부상 복귀한 윤석영을 제외하면 김민우만이 선발로 새롭게 출전했다.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의 믿음을 3-0 승리로 보답했다. 박종우는 경기 후 "중간중간 힘든 시기에서 약간의 안일함이 있었는데 열심히 한 너희 얼굴을 보면서 견뎠다. 우린 꿈을 이뤄냈다"고 말한 홍명보 감독의 말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스승의 믿음이 제자를 춤추게 했다.
"와일드 카드 언급은 예의가 아냐"
배려도 홍명보호가 쾌속 순항하는 배경이다. 홍명보 감독은 목욕탕 선정부터 훈련 스케쥴까지 팀 운영 전반에 걸쳐 코치들과 상의한다. 선수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 팀 미팅 때 선수들에게 발언권을 줘 선수들 입장을 듣고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상명하복의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언제나 밝고 명랑하다. 홍명보 감독의 배려는 23일 오만전을 마치고 귀국한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올림픽 본선 와일드 카드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와일드카드에서 말할 때가 아니다. 언론은 힘들게 뛰다 돌아온 선수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지도자의 중요 임무를 잊지 않았다.
사진=이연수 기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 > 리더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명보, 그는 왜 박주영에게 '힘'을 주었나 (0) | 2012.06.13 |
---|---|
홍명보감독 긍정 리더십, 졸전에도 질책대신 칭찬 (0) | 2012.03.20 |
존중과 칭찬...대화와 소통...홍명보 (0) | 2012.02.21 |
리더의 제1원칙 - 사랑밭새벽편지 - (0) | 2011.12.29 |
박지성은 동료를 위해 뛰는 진짜 선수다 (0) | 2011.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