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10
언제부터인가 나는
회색을
참 좋아했어
회색 옷을 많이 입었고
손수건도
볼펜도
카드 만들 색지도
회색을 고르곤 했어
어느 색과도 회색은
잘 어울렸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지
수녀원에 온 뒤로 나는
회색을
더욱 좋아했어
내가 입고 살아갈 수도복은
회색과 검은 색이었고
수도원 안에서
회색을 찾기란 참 쉬운 일이었지
나의 신앙이
조금씩 그 키를 더해가면서 나는
회색이 갖고 있는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되었어
무턱대고
좋아만 할 색이 아니었던 거야
그분을 만나지 못해 헤매이던
깊은 절망은
잿빛 회색이었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해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던
우리 아닌 우리도
뿌연 안개 같은
회색이었지
하지만
처음의 소망을 나는
소중히 키워가고 싶어
짙은 색 옆에서는
물러나 받쳐주고
옅은 색과 함께일 땐
나서서 끌어당겨 주는 색
그건 마치
합창에서의 앨토와 같은 거지
정확한
자기의 음정과 농도를 찾아내지 못하면
조화는 깨어지고
분열이 일어나고 마는 거야
회색.
무턱대고 좋아할 순 없지만
더욱 사랑하게 되는 나의
새해 소망이야. 안녕.
추신.
회색과 함꼐 특히
초록색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 97. 1. 12 연피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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