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보좌관 지낸 선대인 “오 시장 토건포퓰리즘이 더 심각”
한겨레 | 2010.12.24
[한겨레] [한큐] '무상급식 오세훈의 파업' 심층 인터뷰
"서울시가 토건 포퓰리즘이다. 재벌 건설사들의 잔칫상 규모를 줄여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의 '무상급식 포퓰리즘' 주장이 진실 공방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오 시장이 한마디 할 때마다 반박하는 논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오 시장의 보좌관을 지낸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반박은 오 시장에게 가장 뼈아플 것이다.
선 부소장은 2007년 7월부터 1년간 오 시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며 오 시장의 서울시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인물이다. 그는 오 시장이 서울시의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 반발하며 '시의회 출석 거부'를 선언하자 3일 자신의 트위터에 20여 개의 글을 올려 오 시장의 '무상급식 포퓰리즘' 주장을 "MB 눈에 들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선 부소장은 오 시장의 망국적 포퓰리즘 주장과 관련해 "정작 서울시의 문제는 토건 포퓰리즘"이며 "(오 시장 보좌할 때) 턴키(turnkey·일괄입찰)방식만 고쳐도 한 해 수천억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건의했는데도 오 시장은 계속 방조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벌 건설사들의 잔칫상 규모를 줄여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 부소장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나선 진짜 이유에 대해 "보수층에 오세훈 각인시키기"라는 정치적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무상급식이 가능한 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따져서 결정하면 될 일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정치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시 의회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TV 토론을 통해서만 무상급식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도 정치적 선전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 부소장은 "오세훈 시장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 비칠까 부담스럽다"며 한동안 인터뷰를 사양하다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논리에 대한 합리적인 견해를 위주로 밝혀 달라'는 취재진의 거듭한 요청에 지난 21일 인터뷰에 응했다. 아래는 선 부소장과 일문일답이다.
- 트위터에 '오세훈 시장 비판글'은 왜 남겼나?
"사실 나는 무상급식 논란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두고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언급하자 서울시의 재정 상황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 시장이 정치적 계산을 통해 이 사안을 풀어가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낡은 정치인의 모습이다."
- 지난 3일 트위터에 '(오 시장에게)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오 시장이 그러면 지금 펀드를 들어야 하냐고 물었다'는 내용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그런 사적인 대화까지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시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분이 그런 수준의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것이고 이것은 공인에 대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 오 시장의 진심이 담긴 말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말할 때는) 2008년 초 미국발 금융 위기가 커지면서 서울시도 부동산 정책을 잘못 하면 힘들어질 수 있으니 내부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자리였다. 중요 정책을 맡은 분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라고 진지하게 물었지만, 오 시장은 '그러면 펀드를 들어야 하는 거냐'고 반문하고 말더라.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게 내게는 충격이었다."
- 지금 들으면 오 시장과 정치적 견해가 많이 다른데, 오 시장 보좌관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하버드 대학교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하던 중 2007년 초 오세훈 시장에게서 '함께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오 시장은 아파트 분양원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장기전세주택 정책도 세우는 등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꽤 좋은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침 노무현 정부가 건설 관료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보여준 주택 정책에 큰 실망을 하고 있었던 차였다. 오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도 오 시장이 형편없는 정치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환경운동연합 창립맴버였던 분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한 마디 안 하지 않나."
- 무상급식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 취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건데.
"관료조직에서 시기상조라는 말은 '안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핑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 서울시 재정상황이 무상급식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서울시는 재정 자립도가 전국 최고다. 서울시 내년 재정규모는 20조 6천억 원이다. 그 중 6조 원 정도를 교육청에 주고 나면 15조 원 정도를 서울시장이 재량껏 배분해 활용한다. 무상급식이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건 너무 째째하다."
- 서울시는 학보모 여론조사를 근거로 '무상급식보다 안전한 학교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문조사 문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해질 것이다. '토목예산 좀 줄여서 무상급식 지원 예산 700억 원 마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결과가 어떨까."
- 서울시의 토목건축 사업 예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꼭 필요한 건축이라면 해야 한다. 그러나 토건사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앤 파크' 사업의 경우를 보자. 국제 설계 공모를 했는데 그 설계 가격만으로도 155억 원 넘게 지출했다. 또 그 작업을 독려하려고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고 그 사업을 앞당기려고 또 추가 공사 비용을 배정하고 이런 식이었다.
서남권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당시 개발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 지역 당협위원장 하던 이를 정무조정실장으로 불러들여 수천억 원이 드는 서남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오 시장이 그러더라. '이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인데 뉴타운 사업에 비해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라고.
이게 무엇을 보여 주는가. '토건 포퓰리즘'이다. 서울시에 있어 보니까 알겠더라. 관료들은 '눈에 띄는 과시형 사업'을 우선 한다. 공무원들도 그렇게 길들어 있다."
- 낭비되는 예산을 조금만 줄여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700억 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은 서울시의 턴키방식(turnkey system) 관행만 줄여도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것이 턴키 방식이다. 그러나 설계를 하려면 수십억에서 수백억 드는데 이것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6~10개 정도다. 그래서 이들 업체들이 스스로 진입 장벽을 세워 가격 짬짜미를 한다. 쉽게 말해, 100원에 발주한 공사에 대해 실제 60~70원에 공사할 수 있으면서 90원 이상의 가격으로 입찰을 하는 것이다. 이게 거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할 때 추진했던 가든파이브, 청계천 사업도 모두 이렇게 한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에 1조 원 이상 낭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것을 그대로 하고 있다. 2008년에만 해도 턴키방식 입찰로 1조3천억 원 정도의 공사가 진행됐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3천억 원 정도는 너끈하게 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그렇게 안 한다. 오 시장이 몰라서 그럴까? 아니다. 내가 보고도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내가 서울시에 있을 때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이 추진됐는데 가격담합을 하려는 건설업체들을 압박해 1천억 원을 아낀 적이 있다. 오 시장에게 이런 식으로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했었는데 안 바꾸더라.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면서 급식비 700억 원을 마련 못하겠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재벌건설업체들에 바치는 푸짐한 잔칫상 비용 조금만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 오세훈 시장은 21일 곽노현 교육감과 티브이 토론을 한 뒤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동안 허탈한 웃음 뒤) 오 시장이 그렇게까지 무상급식 반대 의지가 있다면 시장직을 걸고 토론해보시면 좋겠다. 어차피 대선에 출마하실 것 같은데 언젠가는 서울시장 그만둘 것 아닌가. 게다가 서울시의 정책을 결정할 때는 기존에 갖춰진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옳다. 서울시의회와의 협의는 거부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서울시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본다. 이미지와 미디어 정치에 익숙한 오 시장다운 발상이다."
- 당신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인가?
= 그렇지 않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다만, 전문가로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 진보세력의 복지만능주의도 곤란하다."
허재현 기자 김도성 피디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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